[방치되는 경북 폐교] '언택트 관광지' '테마형 숙박시설' 조성땐 농어촌에 활력소

  • 피재윤,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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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07 07:21  |  수정 2021-07-08 11:44  |  발행일 2021-07-07 제3면

안동임동중학교3
2018년 3월 폐교된 안동 임동중은 최근 안동시가 추진하고 있는 활용방안에 대한 용역 결과에 따라 활용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피재윤기자 ssanaei@yeongnam.com

'이촌향도' '저출산'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문을 닫는 학교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방치되고 있는 폐교 재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폐교는 시설 건립에 필요한 비용이 발생하지 않을 뿐 아니라 대부분 농촌 지역에 위치해 있어 이를 거점으로 농촌 활성화가 가능하다. 전국적으로 폐교 활용 우수사례를 살펴보고, 지역의 폐교 활용 방안을 살펴봤다.

◆경제성 높은 폐교 활용

경제적 효율성 관점에서 폐교의 가치를 살펴보면, 시설 건립에 필요한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40년간 도내에서 폐교 수가 가장 많았던 시기는 1990년부터 10년 동안이다. 이 기간 폐교 수는 452곳(58.9%)으로 전체 폐교 수(768곳)의 절반이 넘는다. 이 시기부터 폐교 활용 방안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면서 도내 농어촌 지역 곳곳에는 교육청이나 시·군 교육지원청이 운영하는 체험학습 시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때는 교실에서 배울 수 없는 체험·실습 위주의 교육 방식이 도입된 시기이기도 하다.

2010년대 이후부터는 민간에 폐교 시설 임대·매매 등이 가능해지면서 가치가 더욱 높아졌다. 마을주민이 중심이 된 사회적기업이 임차·매입하는 형태로 폐교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 대표적 예로 상주 서울농장(옛 함창초등 송덕분교)을 들 수 있다. 상주시가 서울시와 함께 18억원을 들여 조성한 이곳은 청년농업인과 귀농·귀촌 가구 등을 대상으로 한 농촌 체험 프로그램뿐 아니라 마을 축제·관광 소개 등의 시설로 거듭났다. 또 청년농과 귀농인의 자립에 도움이 되는 육가공 기술 전수 등의 프로그램도 마련해 운영 중이다.

민간에 임대·매매 등 가능해진
2010년대 이후부터 가치 상승
상주 송덕분교 활용 서울농장
귀농·귀촌 체험장으로 거듭나


폐교 덕분에 조용했던 농촌에 활력이 돌고 있는 곳도 있다. 고령에서는 마을주민들이 조직한 영농조합법인이 인성학교로 지정된 폐교를 거점으로 펜션·딸기 수확 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됐던 지난해에도 연 매출이 2억여원에 육박하는 등 완전하게 자리를 잡는 등 폐교의 잠재적 가치를 잘 활용했다는 평을 받는다.

경북과 함께 폐교 수가 가장 많은 전남도도 폐교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도서 지역이 많은 특성을 고려해 전남도는 코로나19 이후 관광트렌드에 발맞춰 도내 폐교를 '언택트 관광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폐교 시설을 적극적으로 리모델링해 '2030세대'가 머물 수 있는 중저가 테마형 숙박시설로 활용하겠다는 것. 또 유휴 폐교 부지를 지역의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폐교 매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관광 등 연계 개발 필요

아쉬운 점은 여전히 폐교 활용률이 낮다는 점이다. 단적인 예가 경북도청 신도시가 조성된 이후 주변 학교와 흡수·통합하면서 5년 가까이 유휴 상태로 방치돼 있는 옛 풍천초등(안동시 풍천면 구담리)과 옛 풍천중(안동시 풍천면 도양리) 부지를 들 수 있다. 옛 풍천초등의 경우 인근 풍서초등과 통합 후 도청 신도시로 옮겨갔지만 뾰족한 활용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옛 풍천중 부지도 지난해 각각 선거 투표장·공무원 시험장 등으로 사용됐을 뿐이다.

앞으로 학령 인구 감소와 도시 집중화 현상 등으로 인해 농·어촌 지역 폐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일부 폐교에만 제한돼 있는 활용도를 더욱 높여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농촌 지역 폐교를 계속해서 방치할 경우에는 공동화 현상 등으로 인해 또 다른 사회적 문제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봉화 소천초등 분교 리모델링
캠핑장·물놀이장 등 조성계획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기대


고무적인 건 경북도를 비롯해 도 교육청, 각 시·군과 교육지원청 등에서 폐교 부지 매입·임대 등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인접 관광지와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경북도는 지난 4월 봉화군 소천면 산타마을 인근 폐교를 리모델링해 숙박시설로 활용하는 등 관광거점으로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도에 따르면, 봉화군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코리아 토털 관광패키지 지역특화형 숙박시설 조성사업'에 선정돼 국비 40억원 등 총 80억원을 확보했다. 도와 봉화군은 옛 소천초등 분천분교를 숙박시설로 증축·리모델링하고 운동장 부지에는 캠핑장과 물놀이장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연간 15만명 이상이 찾는 분천 산타마을 인근 폐교가 새로운 관광거점으로 조성되면 지역 경제 활성화와 폐교 활용이라는 '일석이조' 효과가 기대된다.

경북도 관계자는 "봉화 분천 산타마을 인근 폐교에 들어설 숙박시설을 백두대간 수목원이나 봉화 은어·송이축제 등 주변 관광자원과 연계할 수 있는 시설로 조성하겠다"며 "앞으로 다른 시·군의 폐교도 적극 활용해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피재윤기자 ssanaei@yeongnam.com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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