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에도 이런 기업이 .14] 동민산업, '애물단지' 농촌 폐비닐 재활용 자원화…대기업 협업 '러브콜'

  •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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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19 07:42  |  수정 2021-08-19 07:44  |  발행일 2021-08-19 제13면

동민산업협동조합1
경북 영천의 동민산업 생산공장에서 직원들이 폐사일리지와 비료 포대를 고품질 PE(폴리에틸렌)칩으로 재생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논밭에서 버려지는 비닐 뭉치를 재활용해 국내 대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이끄는 기업이 경북에 있다. 영천에 위치한 동민산업은 흔히 농촌의 마시멜로(Marshmallow)라고 불리는 곤포 사일리지와 버려진 비료 포대 등을 이용해 고품질의 재생칩을 만드는 자원순환 기업이다. 동민산업은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따라 현재 다수의 석유화학 대기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국내 자원 순환을 선도하고 있는 동민산업을 찾아 업계 현황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독자 기술로 고품질 PE재생칩 생산
전국 사일리지·비료 포대 50% 처리
LG화학·SK종합화학과 잇단 협약
일반 생활용 포장재 개발에도 속도

ESG 바람 속 매출 매년 300% 성장
올해 300억 투자금 확보해 3공장 추진
예비유니콘 후보 선정 등 업계서 주목

◆농촌 폐비닐·사일리지 재활용 선도

17일 방문한 영천시 금호읍 소재 동민산업 생산 공장에는 전국의 농촌에서 수거해 온 곤포 사일리지와 비료 포대 등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이곳은 매년 전국 유통되는 1천200t 분량의 곤포 사일리지 중 50% 이상을 수거해 선별-분쇄-세척-탈수-압출-커팅 공정을 거쳐 활용 가치가 높은 고품질의 PE(폴리에틸렌) 칩으로 재생산하고 있다.

생산된 알갱이 크기의 펠릿형 재생칩은 방수포, 건축 패널, 파이프의 주요 원료로 쓰인다. 곤포 사일리지는 재배 및 수확을 마친 작물의 영양소 감소 방지를 위해 감싸는 흰 포장재로 활용 가치가 우수하지만 사용 후 대부분 그대로 방치되거나 논밭에서 소각돼 농촌의 주요 화재 원인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동민산업이 폐사일리지의 재생산 기술을 독자 개발함에 따라 사일리지가 농촌의 '애물단지'에서 '자원'으로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농촌의 주요 폐기물인 비료 포대 역시 동민산업의 특허받은 생산라인을 통해 비료 포대의 원료로 재탄생한다. 동민산업은 이 같은 기술력을 활용해 하루 평균 60t 분량의 농업용 폐비닐을 처리 중이다.



◆대기업 ESG 경영에도 적극 참여

동민산업은 올해 국내 대기업인 LG화학, SK종합화학과 차례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최근에도 여러 대기업과 신규 법인 형태의 투자를 제의받는 등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중소기업인 동민산업이 대기업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재생 원료의 의무 사용 비중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종이, 유리, 철에만 적용되던 재생원료 의무사용제도를 개정해 올해부터 플라스틱을 추가하고 2030년까지 재생원료의 사용 비중을 3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업계가 ESG 바람과 함께 친환경 소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기업은 폐플라스틱 등을 재활용한 리사이클링 생태계 구축에도 힘쓰며 ESG 경영 평가를 겨냥한 시장 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실제 롯데케미칼은 재생용 PE포장백을 개발해 지난 7월부터 자사 제품의 포장 및 출고에 활용하고 있다. SK종합화학은 협력사인 동민산업과 함께 냄새를 제거한 재활용 사일리지의 업사이클 원단 생산에 나서고 있다. 이 원단은 석유화학제품을 담는 포대를 만드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생산된 업사이클 포대는 기존 보다 약 25%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있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LG화학 역시 동민산업과 협업해 유통업계에 쓰일 생활용 포장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창립 후 연 매출 300%씩 폭풍 성장

이 같은 호재로 동민산업은 창립 이후 매년 300%씩 성장하고 있다. 사업 첫해인 2013년 3천만원에 불과했던 연 매출은 현재 100억원대로 뛰어올랐다.

기업부설연구소를 활용한 표준화된 공정관리와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동민산업은 2017년 제2 공장 준공, 2018년 인도네시아 현지 생산기지 구축을 연이어 추진하며 사업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는 300억원의 투자자금을 확보, 금호오계공단 내 3공장 건립을 추진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최근에는 기업가치가 1천억원에서 1조원 미만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예비 유니콘 후보 기업으로도 선정되며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경북남부지부의 집중 육성 기업으로 성장했다. 강원철 동민산업 대표는 "한정적인 자원을 재활용해 새로운 경제·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재활용 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녹색경영철학을 바탕으로 국내 순환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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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 기자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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