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속 이슬람사원 공존의 길 없나] 대구 대현동 사원 공사 중단 6개월...종교탄압 논란으로 확산

  • 박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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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28 14:03  |  수정 2021-09-01 15:38  |  발행일 2021-08-28
거리 곳곳 건설반대 현수막...주민들 "주거밀집지역 어떤 종교시설도 안돼"
기도 방식, 할랄음식 등에 대한 거부감도 있는 듯...경북대 책임론도 등장
구청 공사중지 명령에 법원 집행정지 가처분...시민단체까지 가세 사태 악화
반대위발족
2월26일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 예정지 앞에서 주민들이 건립반대 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아직 겨울의 추위가 남아있던 2월, 경북대 서문에서 걸어서 4분 거리의 대구 북구 대현동 252-12번지 골목에 열 명 남짓한 사람이 모였다. 이들은 잔뜩 화가 나 있었다. 이윽고 골목 안으로 이 동네에서 '박사'라고 불리는 남성이 나타났고 "지금 이 자리에서 이슬람사원 반대 대책위원회를 발족하겠습니다"고 외쳤다.

대구 북구 대현동에 이슬람사원이 들어서는 공사가 중단된 지 6개월이 넘었다. 아직도 이슬람사원의 건축주인 무슬림(이슬람 교도를 이르는 말)과 대현동 주민들의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북구 곳곳은 물론 시청 앞에도 이슬람사원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걸렸다.

경북대와 인접한 대현동엔 무슬림 유학생이 상당수 살고 있다. 2015년부터 대현동의 한 주택에서 무슬림들이 모여 예배를 해왔다. 무슬림과 대현동 주민의 갈등은 작년 9월 여러 명의 이슬람교도 공동명의로 된 단독주택을 제2종 근린생활시설 종교집회장으로 용도 변경을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건축주는 작년 12월 북구청에 착공 신고를 했고 허가를 받았다. 기존 예배를 드리던 주택을 포함해 연면적은 245㎡(약 74평)다. 새로 짓는 별동은 2층으로 계획했다.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지자 북구청은 2월16일 서면으로 건축 중단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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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사원 건축허가반대 비상대책위원회와 대현동, 산격동 등 주민들이 5월20일 오후 대구 경북대 서문 앞에서 이슬람사원 건립 반대와 북구청의 건축허가를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반대주민 "주거밀집지역에 어떤 종교시설도 안 된다"
이슬람사원 건축반대 비상대책 추진위원회(대책위)와 대현동·산격동 주민들이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주거밀집지역'이라는 점이다. 이슬람사원 공사가 진행 중인 대현동 일대는 원룸·고시촌·빌라와 같은 다세대 주택이 몰려있다. 공사 중인 이슬람사원은 사방이 빌라로 둘러 쌓여있다.

일각에서는 인종차별·종교탄압이라고 말하는데, 대책위와 주민들은 "인종과 종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대책위 관계자는 "집들이 모여 있는 한복판에 종교시설이 들어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여기 들어오는 것이 교회든 성당이든 절이든 그 어떤 종교시설이라도 반대한다. 다만 이곳에 이슬람사원이 들어오는 것이라 그 점이 부각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종교탄압이라는 언급이 나오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주민들이 사원을 반대하는 이유로 종교 문화적 차이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기 때문이다. 주민 A씨는 "이슬람교도는 하루에 수차례 기도를 한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그 탓에 소음에 시달려야 한다. 또 그들이 먹는 할랄 음식의 강한 향신료 냄새가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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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6일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이슬람 유학생이 사원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무슬림 "유학생을 위한 기도공간이 필요하다"
대현동에 지어질 이슬람사원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이슬람 문화권에서 온 경북대 유학생이다. 한때 경북대 안에 이들을 위한 기도공간이 있었다. 그러나 체육관 한 켠에 자리 잡은 기도실은 좁고 소란스러웠다. 기도에 집중할 수 있는 형편이 되지 않아 무슬림 유학생들은 학교와 가까운 한 무슬림의 집에서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유학생이 계속해 늘어나면서 이 집도 좁게 느껴졌다. 결국 이들은 대구지역 무슬림 사업가들의 도움을 받아 대현동 인근의 땅을 매입, 사원 공사를 시작했다.

건축주 칸 나들씨는 주민의 반대를 이해한다면서도 대화로 풀어나가고 싶다는 의사를 지속해서 밝혀왔다. 그러나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며 대화는 단절됐다. 그는 "주민들은 대현동 사원을 중심으로 대구경북지역의 무슬림이 몰릴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며 "대현동 사원은 경북대 유학생 등 인근에 사는 소수의 이슬람교도만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현동에서 할랄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임란 사비르씨 역시 "주민과의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도 이 동네의 구성원이다. 함께 대화하며 이해를 구하고 싶다"고 전했다.

경북대에서 전자전기공학부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압둘이에킨씨는 무슬림에게 기도는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사원이 학교에서 가까운 곳이여야 한다. 연구실적과 학업을 위해서 이동거리를 줄이고 효율적인 동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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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5일 오전 경북대학교 북문에서 이슬람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유학생만을 옹호하는 경북대 민교협·총학생회를 규탄하고 있다.

◆양측 모두 "경북대 대학본부도 역할 해야한다"
이 지점에서 '경북대 책임론'이 등장한다. 무슬림 유학생을 유치한 경북대가 손 놓고 있다는 것. 평행선을 달리는 주민과 건축주 모두 이 점은 공감하고 있다.

지난 3월 지역정치권과 대책위도 차례로 경북대 대학본부를 찾아 이 문제를 논의했다.

대현동에 지역구를 둔 이정열 대구 북구의원은 당시 "경북대 안에 무슬림을 위한 기도공간을 마련해야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본부 측은 "국립대 안에 특정 종교를 위한 기도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답했다.

주민들의 대화에서도 같은 이야기가 오갔다. 대학본부는 해당 사안에 권한을 갖지 않으니 난감하다는 입장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대학본부의 한 관계자는 "언론이나 외부로 드러내지는 않고 있지만, 다각도로 이 이슈를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대구참여연대의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경북대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소속 한 교수는 "경북대 대학본부가 이슬람 문화권 유학생을 유치했다는 것은 그들의 문화 역시 수용했다고 봐야 한다. 그들에게 '종교는 고국에 두고 오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대학본부 측도 적절한 조치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교협 관계자는 "대구시와 경북대가 글로벌 도시·글로벌 대학으로 도약하는 이 시점에서 이 사태는 지역사회에 질문을 해봐야할 문제"라고 짚었다.

◆결국 법정으로 간 이슬람사원
북구청의 행정명령으로 건축이 중단된 지 140일이 지난 7월5일, 건축주는 대구참여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대구지부 등 단체와 북구청을 대상으로 공사 중지명령 철회를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무슬림 건축주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박정민 변호사는 "만료기한 없는 공사중단으로 사업주의 재산권을 침해했다. 또 주민들의 소음·악취 등의 민원을 조사나 검증 없이 일방적으로 받아들였다"며 공공기관의 중립성 훼손을 언급했다.

7월19일 대구지법은 공사 중지명령의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건축주 측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그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집행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북구청은 난처했다. 가처분 결정도 이번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되긴 하지만, 해답은 아니기 때문이다. 북구청 관계자는 "가처분 결정은 현재 상태에서 크게 유효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애초에 건축 중지 명령은 아주 짧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건축주와 주민의 대화를 위해 잠정적으로 중지명령을 내린 것이 당사자들이 아닌 시민단체 등이 가세하며 강대강 충돌이 돼 타협의 여지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가처분 결정에 분노했다. 주민들은 건축주와 북구청의 행정소송이 진행되면서 당사자에서 제3자로 전락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대책위 한 관계자는 "법리만을 따지는 현재 상태에서는 건축주와의 대화도 어렵다"고 말했다.또 법원의 대책 없는 공사중지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인용이 주민과 무슬림들의 싸움만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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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대현동에 건설 중인 이슬람사원. 지난달 19일 법원의 공사중지 명령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졌지만, 26일 현재까지도 주민의 강한 반대로 공사가 재개되지 않고 있다.  

◆긴장감 감도는 사원 건축현장
북구청은 지난 6월 현재 이슬람사원 터를 매입, 사원이전 방안을 제안했다. 건축주는 △현재 규모를 유지하며 경북대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의 장소를 물색 △사원 터 시세 매입을 요구했다. 북구청은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역시 답보상태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도 한몫했다. 공사를 재개, 사원이 완성되면 옮길 현재 위치에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가처분 결정이 나자 주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대책위는 차량을 동원해 공사현장의 입구를 봉쇄했다. 공사현장을 방문한 인부들이 발길을 돌려야 했고, 주민과 건축주의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뻔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수개월째 방치된 공사현장엔 잡초가 무성했다.

사원 시공을 맡은 건축사무소 소장 B씨는 "애초 계약했던 금액은 3억여원이다. 반년 동안 공사를 하지 못해 골조가 부식되는 등 피해가 있었다. 건축자재값 등을 고려해 다시 책정하니 계약 당시보다 40% 가까운 비용이 더 들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며 "주민들이 공사를 방해하면 할수록 그 금액이 불어난다. 모두가 손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 4월 대책위는 대구시 감사관실에 주민감사를 청구했으나, 7월28일 감사실 심의 결과 각하됐다. 지방자치법 제16조에 따르면 수사나 재판에 관여하게 되는 사항은 감사청구대상에서 제외되는데, 현재 대구지방법원에서 행정명령 철회에 관한 소송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계속해서 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애 이슬람사원 건축반대 비상대책 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은 "법적 대응은 물론, 물리적 충돌의 여지도 남겨두고 있다. 대책위와 주민들은 목숨을 걸 준비가 됐다"며 각오를 다졌다.

글·사진=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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