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 울산 울주군 서생면 진하리 진하해수욕장…수평선 너머 봄소식에 울렁울렁…그곳에 가면 애인 같은 바다가 있다

  • 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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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2-25   |  발행일 2022-02-25 제16면   |  수정 2022-02-2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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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하의 이름을 알파벳(JINHA)으로 쓴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진하해수욕장은 울산 최초의 공용 해수욕장으로 1974년에 개장했다. 해변의 길이는 1㎞에 이른다.

'진하'는 애인 이름 같은 바다다.
길은 바다를 향해 일직선으로 나있어,
먼 데서부터 달려가면 신선한 부드러움을 가진
푸른 수평선과 은성하게 반짝이는 해사한 모래밭이
두근두근 부풀어 오른다.
그리고 마침내 양팔을 가득 펼쳐
바다와 하늘의 거리낄 것 없는 포옹 속으로 뛰어들면
그만 눈앞이 아슴아슴해 지는 것이다.
우르르 소소리바람이 일어 솔숲이 흔들리고
가까운 하구에서는 배들이 사운거린다.
요란한 파도소리로 고요한 바다,
난바다에서 돌아오는 배들이 상처를 내어도
금세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는 바다,
그 애인 같은 바다가 울산 서생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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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때에 따라 바닷길이 열리는 명선도. 신선이 내려와 놀았다는 섬으로 앞쪽에는 수중암인 이덕도가 위치한다.

◆진하리 진하해수욕장

그러나 진하(鎭下)는 진(鎭) 아래에 있는 마을이다. 굳이 어떤 유래에 집착하는 성격은 때때로 메마른 결과도 껴안아야 한다. 진하의 서쪽 서생에 임진왜란 때 가토 기요마사가 쌓은 왜성이 있다. 왜군이 모두 물러난 후 서생포왜성은 아군의 서생포동첨절제사(西生浦同僉節制使)가 머무는 진성(鎭城)으로 이용됐다. 그리고 진 아래의 마을은 진하가 됐다. 진하라는 이름은 조선 정조와 고종 때의 기록에서 발견되는데 누가 처음 진하를 개척했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고 한다.

진하해수욕장은 울산 최초의 공용 해수욕장으로 1974년 개장했다. 해수욕장이 문을 열기 전에는 멸치 어장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진하의 모래밭은 길이가 1㎞, 너비는 40m 정도 된다. 바닷가에는 갯방풍과 해당화가 많이 자랐다고 하는데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갯방풍은 중풍 예방에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너도나도 꺾어 가는 바람에 이제는 씨종자조차 구하기가 힘들단다.

모래사장을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 숲은 가늘고 연약한 띠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곧장 15m 정도 폭의 도로가 연접해 있고 차양을 드리운 횟집과 카페 등의 그림자가 도로 깊숙이 내려서 있다. 비좁고 짙은 빛의 모서리 때문에 은성한 모래밭이 더욱 눈부시다. 이런 게 콩깍지다. 백사장과 맞닿은 해안도로는 1986년 구획정리사업 때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이후 노폭을 늘리고 건물들을 물리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실행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오는 여름의 진하 해변은 또 다른 모습이겠다. 지금 진하 해변은 공사 중이고, 목재 데크로드와 아스팔트 포장을 철거해 보다 환한 해변을 만들 거라 한다.

울산 최초 공용해수욕장으로 1974년 개장
반짝반짝 빛나는 은빛모래밭이 해변 명소

진하앞바다에 신선이 놀았다는 명선도
매년 음력 3~4월 바닷물 빠지고 길 열려
섬앞엔 물때 알려주는 조석예보표 설치

◆명선도와 이덕도

진하 앞바다에 동그마니 앉은 섬은 명선도(名仙島)다. 신선이 내려와 놀았다는 섬이다. 원래는 매미가 많이 울어 명선도(鳴蟬島)라 불렀다고 전한다. 김정호의 청구도에는 명산(鳴山), 19세기 후반 '울산서생진지도'에는 명산도(明山島)라고 돼 있다. 고도는 약 10m로 동쪽에는 곰솔이, 서쪽에는 후박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섬은 육지와 사주로 연결돼 있다. 매년 음력 3월에서 4월 사이에 바닷물이 빠지고 모래 바닥이 드러나면서 길이 열린다고 한다. 하루에도 조석에 따라 두어 번 길이 열린다는데 섬 앞에 물때를 알려주는 조석예보표가 있다. 한꺽기, 두꺽기, 한조금, 앉은조금, 배꼽사리, 가슴사리, 턱사리, 목사리, 어깨사리 등 암호 같은 표현들을 보며 열심히 머리를 굴린다. 얼추 물의 높이가 상상되지 않나. 지금은 두꺽기 때 섬 입구에서 바닷물이 찰랑거려 건너가지 못한다.

명선도 앞의 암초는 만조시 위쪽만 드러나는 수중암으로 이덕도(二德島) 또는 덕도라 불린다. 고려 태조에게 나라를 바친 신라의 경순왕은 죽어 용이 되었다는데, 하늘로 올라가던 중 몸을 틀어 꼬리를 후려쳤다고 한다. 그때 동해의 많은 섬이 무너져 깊은 물속으로 잠겼고 명선도 역시 반쪽이 물속으로 가라앉았으며 이덕도는 두 개의 바위로 쪼개져 파도 속에 남았다고 전해진다. 일신에 불편함은 없었지만 편히 눈 감을 수는 없었을 신라 마지막 왕의 몸부림에 대해 전설은 '경순왕의 저주'라 표현하는데 섬 이름은 두(二)개나 되는 덕(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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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야강 하구 양안에 항구가 형성되어 있다. 왼쪽은 진하항, 오른쪽은 강양항으로 흔치 않은 광경이다.

◆회야강과 진하항

진하의 남쪽은 대송리 간절곶이다. 북쪽은 회야강(回夜江)을 경계로 온산읍 강양리와 접한다. 회야강 하구에는 인도교인 명선교가 하늘을 가로질러 놓여 있다. 명선교에 오르면 바다와 강과 둥그런 섬과 깨어진 섬, 그리고 사주의 성장 모습까지 한눈에 보인다. 명선도 사주는 회야강이 운반해 온 모래를 연안류가 밀어붙이면서 형성됐다. 지금은 명선교 아래로부터 바다와 모래를 가르는 방파제가 길게 뻗어 있어 사주가 더 이상 자랄 것 같지는 않다. 아니다. 강이 흐르는 한 언젠가 명선도는 육지가 될지도 모른다. 바다를 긁으며 달려온 배가 명선교 아래를 지나 회야강을 거슬러 오른다. 진하 8경에 '선도귀범(仙島歸帆)'이 있다. 명선도 부근으로 고깃배가 들어오는 풍경을 말한다.

회야강은 경남 양산의 천성산 무지개폭포에서 발원해 울산의 식수원인 회야호로 모였다가 동해로 흘러든다. 하구는 아주 넓다. 가장자리를 따라 길게 항구가 형성되어 있는데 이쪽은 진하항, 저쪽은 강양항이다. 흔치 않은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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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야강 하구에는 진하와 강양을 연결하는 명선교가 놓여 있다. 길이 145m, 높이 17.5m인 인도교로 2010년에 완공됐다.

다리 아래 강의 한가운데에는 초록색 등대가 서있는 작은 바위가 있다. 통시돌로 불리는 이 바위에는 예전 어부가 이곳에 소변을 보고 출어하거나 귀항할 때 잡아 온 생선을 던지면 무사하게 고기잡이를 다닐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강변 물량장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마을 안쪽에 진하항 내항이 보인다. 내항 너머로는 진하들이 펼쳐져 있다. 임진왜란 때는 마을 뒤편의 서생포 왜성까지 배들이 접안했다고 한다. 아마 오래전에는 마을 일부가 강 하구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울산서생진지도'에는 수군의 배를 관리하는 주사(舟師)가 회야강의 하구에 묘사돼 있다. 회야는 '논배미를 돌아서 흐르는 강'이라는 의미다. 서생에서는 일승강(一勝江)이라고 불렀다. 이는 임진왜란 때 딱 한 번의 교전으로 우리 조선군이 승리했다고 얻은 이름이다.

애인의 과거는 어쩔 수 없이 중요하다. 저기 전곡만 남은 집터에는 무엇이 들어설까. 진하항에서 배에 기름 채우는 모습을 본다. 통통해진 배를 으쓱 내미는 모습에 웃고 만다.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여행 Tip

대구부산 고속도로 부산 방향으로 가다 밀양 분기점에서 함양울산고속도로 울산 방향, 울주 분기점에서 65번 부산 방향 동해고속도로를 탄다. 온양IC에서 내려 온양·웅상 방향 좌회전한 뒤 다시 온양·부산 방향으로 우회전해 계속 직진한다. 동상발리로남에서 우회전해 직진, 서생삼거리 지나 직진하면 농협 하나로마트 옆에 진하공영주차장이 있다. 해변 쪽에는 주차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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