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코로나 속에서 찾은 행복

  •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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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21   |  발행일 2022-03-21 제26면   |  수정 2022-03-21 07:11
코로나 확진으로 자가격리
배달앱·재택근무 경험 신선
금주로 건강 회복 지출 감소
인생 되돌아볼 수 있는 여유
값진 깨달음 준 감사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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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주변에 코로나 확진자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코로나에 걸리지 않으면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발병 초기 확진자의 동선을 전부 공개하며 죄책감마저 들게 하던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확진자들이 SNS에 당당하게 체험기를 올리며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결코 유행을 따르는 편이 아닌데 호기심이 많아서인지 코로나에 확진되었다. 치명률이 낮고 통증이 다소 경미하다고는 하지만 오미크론 역시 인후통·오한 등과 예상하지 못한 자가격리의 답답함을 동반하였다. 하지만 "음이 있으면 양이 있다"고 직접 경험하고 나니 어려움 속에서도 몇 가지 행복을 찾게 되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신기술을 습득하고 가족과 함께 정을 나누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오미크론의 강한 전파력은 순식간에 가족의 75%를 감염시켰다. 특히 가족의 식사를 챙겨주던 아내의 감염은 치명적이었지만, 궁하면 통한다고 난생처음 휴대폰에 배달앱을 깔고 음식을 주문하는 방법을 시도해보았다. 그럴듯한 식사가 배달되고 가족들과 음식을 나누면서 모처럼 가장으로서의 존재감이 느껴져 행복했다.

일은 사무실 책상 앞에서만 한다는 고정관념도 제거되었다. 컴퓨터와 휴대폰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화상회의로 의견을 주고받는 재택근무를 경험하였다. 그동안 재택근무는 사실상 노는 것 아닌가 하고 오해하였던 꼰대의 낡은 시각이 영점 조정되는 시간이었다. 재택근무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새로운 근무형태로서 자리 잡게 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둘째, 새로운 생활습관으로 지출이 줄고 건강을 회복하면서도 이웃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다. 부자가 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엄청나게 벌어서 다 못 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절약해서 버는 것보다 덜 쓰는 것이다. 집합금지와 영업시간 제한으로 인하여 대한민국 남자들의 지갑을 얇게 만들던 퇴근 후 회식 문화에 코페르니쿠스적 대변환이 일어났다.

회식이 줄어드니 술값이 절약되고 음주와 과식으로 건강을 해칠 일도 줄어들었다. 부와 건강의 일석이조를 얻을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영업제한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은 이웃들을 생각하면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다. 구성원들이 서로 어울려 발전해야 바람직한 공동체가 된다. 과거처럼 밤늦은 회식으로 건강을 해치고 재산을 낭비하는 문화는 코로나와 함께 묻어버리되, 경제의 모세혈관이 작동하는 건강한 소통의 시간들은 하루빨리 재개되었으면 한다.

셋째,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대한변협회장으로서 2019년 9월에 서울에서 개최된 변호사들의 올림픽이라고 하는 '세계변호사협회(IBA) 정기총회'를 준비하느라 전 세계로 출장을 다녔다. 해외여행을 많이 해서 좋겠다는 부러운 눈길도 있었지만, 여행과 출장은 하늘과 땅 차이이다. 빡빡한 일정과 언어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없던 출장 중에 가장 행복하고 편안했던 시간은 외부와 단절된 비행기 안에서의 시간이었다. 코로나로 인한 자가격리는 좁은 비행기 안에서 주어졌던 휴식처럼 많은 생각을 하며, 정신없이 달려온 지난날을 뒤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자가격리를 끝내고 문을 나서니 벌써 봄이 성큼 다가와 있다.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이 오도록 설계한 것이 신의 뜻이다. 코로나 역시 잠시 스쳐 지나갈 수많은 겨울 중 하나일 뿐이다. 바쁘게만 살아온 인생에 잠시 여유를 주고, 소중한 많은 것들을 깨닫게 해준 코로나여 밉지만 감사, 그리고 이제는 영원히 안녕.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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