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접촉' 범죄 빈번…상대방 '성적 대상' 행위 법적규제 시급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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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25 20:00  |  수정 2022-03-30 19:31  |  발행일 2022-03-28 제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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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대구 달서구의 한 여고 앞에 한 남성이 자신의 트럭에 현수막을 걸고 있다. <인터넷 캡처>

최근 '비접촉' 범죄가 빈번히 일어나면서, 비접촉 상태에서 상대방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 행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구지역에선 최근 여러 종류의 비접촉 범죄가 발생했다. 지난달 14~15일 한 40대 남성이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 일대에서 혼자 있던 여성을 상대로 스타킹에 '검은 액체'를 뿌리고 도주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8일에는 달서구의 한 여고 근처에선 50대 남성 A(59)씨가 '혼자 사는 험한 60대 할아버지 아이 낳고 살림할 13~20세 사이 여성 구한다' 등의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어 충격을 안겼다. 그는 경찰 조사 단계에서도 '여자 부모가 동의하면 죄가 안 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처럼 성적인 관점에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더라도, 성범죄 혐의가 적용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지난해 대구지법은 타인의 구두에 '체액 테러' 한 B(30)씨에게 재물손괴죄를 적용,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했다. B씨는 지난해 4월 경북 영천의 한 식당 안에 놓여있던 주인 C(여·43)씨의 구두 한 켤레(시가 3만 원 상당)를 발견하고, 이를 몰래 가지고 인근 화장실에 들어가 구두로 음란 행위를 하고 체액을 묻혀 '구두를 망가뜨린' 혐의로 기소됐다.

법무부 디지털성범죄전문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실무상, 체액을 피해자의 물품에 묻힌 경우 등에는 재물손괴죄 또는 경범죄처벌법 위반죄를 적용한다'라고 적시돼 있어, 통상 체액을 피해자의 물품에 묻힌 경우 등에는 재물손괴죄 또는 경범죄처벌법 위반죄를 적용하고 있다

경찰은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 '검은 액체' 사건의 피의자에게도 '재물손괴'죄를 적용했다.

경찰은 달서구 여고 현수막 사건의 피의자에겐 옥외광고물법 위반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수사했다. 아동복지법에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법원은 경찰의 현행범 체포가 위법 하다는 취지에서 50대 남성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최근 메타버스 상 여성 캐릭터를 대상으로 한 성적 공격도 잇따르고 있지만, 이 역시 법제의 미비로 피해자들이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해당 행위가 저속한 표현을 넘어 '음란물'의 정도를 충족해야 하고, 모욕이나 명예훼손죄는 공연성을 요건으로 한다.

이런 탓에 성적 목적으로 은밀하게 이뤄지는 행위에 대한 처벌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희롱' 역시, 현행법은 노인·아동·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희롱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더욱이 수사기관은 비접촉 범죄 피의자들의 범행 동기를 입증하는 부분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당시 성추행 의사가 있었다고 추측되더라도, 이를 단정 짓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접촉 범죄'가 왜곡된 성 편향이 외부로 표출돼 피해자의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뿐 아니라 중대 성범죄 등의 전조인 경우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형사법적 대응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아 문제로 지적된다.

천주현 형사법 전문 변호사는 "사회통념 상 비접촉 행위에 대해 아직은 '범죄'로 까지는 보지 않는 경향이 많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시대가 공감할 정도로 보다 더 빈번하게 유사한 문제가 발생해야 입법 논의가 이뤄질 것 같다"며 "스토킹 범죄의 경우에도 스토킹처벌법 입법 전 다수의 전과자가 양산될 수 있고, 법관과 수사기관의 자의가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왜 하지 않았겠느냐. 하지만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을 때 법이 만들어지 듯, 이 부분도 그렇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률들이 발의되고 있지만 본의회, 심지어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 자신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성적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물건을 상대방의 주거, 직장, 학교, 일상 생활 장소에 둬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성폭력처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2020년 12월 성적인 목적으로 물체, 물질 등을 이용해 상대방의 동의 없이 추행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전문위원회는 지난 1월 비신체적 방식으로 이뤄지는 성적 인격권 침해 행위를 성폭력처벌법에 독자적인 범죄로 규정하고, 이를 처벌하는 근거 규정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성적 인격권이란 원치 않는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를 의미한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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