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국무위원이 장관보다 먼저다!

  •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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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06   |  발행일 2022-04-06 제26면   |  수정 2022-04-06 07:12
尹정부 각 부처 장관 하마평
국무총리와 함께 내각 구성
국무위원 후보는 언급 없어
국민 위해 최선의 결정 내릴
'원팀' 명단부터 먼저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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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

사상 최소 표차로 대통령선거가 결판난 뒤에 어느새 한 달 가까운 날들이 지났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는 했으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가동되면서 정권인수인계 작업도 궤도에 오르는 분위기다. 그중 백미는 역시 새로운 내각의 인선이다.

한덕수씨가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된 이후 내각의 주요 포스트에 대한 하마평이 나돌고 있다. 한데 가만히 들어보면 무슨 무슨 장관 후보자로 누구누구가 유력하다는 말들은 있으나 대통령, 국무총리와 함께 국무회의를 구성할 국무위원들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힘들다. 논공행상에 이목을 쏟는 호사가들의 관점에서야 장관직의 향배가 주목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 언관이자 대간의 역할을 자처하는 주요 언론이라면 조금 달라야 한다. 현행 헌법은 장관이 아니라 국무위원직에 우선적인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제의 모국인 미합중국과 달리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에게 국회와의 협치를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는 국무총리의 존재가 첫 번째 고리라면,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국무위원의 존재는 두 번째 고리다. 민주화 이후 한 세대 동안 대한민국 헌정사는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 제도를 정착시킴으로써 이와 같은 헌법의 취지를 더욱 심화시켰다. 그러나 헌법상 국무회의 제도의 취지는 대통령과 국회의 협치라는 차원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간다. 이는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반드시 열린 토론에 의한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요청으로서 의회주의 원리의 표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행정권을 맡기면서 그 정부의 최고의사결정 과정에 열린 토론이 벌어지는 국무회의를 배치했다. 나아가 대통령의 궐위 또는 유고 시 국무총리 다음으로 법률로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장관의 순서가 아니라-그 권한을 대행하도록 선언하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 당선인이 국무총리 후보자와 함께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하는 것은 국무회의를 구성하여 정부의 최고의사결정 과정을 담당할 국무위원 후보자의 전체 명단이다. 이때 개개 후보자의 면면만큼 중요한 것은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들로 구성되는 국무회의라는 한 팀의 특성일 수밖에 없다. 바람직하기로는 시대정신을 충실히 대변하면서 열린 토론을 통하여 국민을 위한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팀을 짜야 할 것이다. 아무리 스타 플레이어가 많아도 팀워크가 깨지면 좋은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것은 국무회의나 국가대표팀이나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헌법은 행정 각 부의 장관을 국무위원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한다. 국무회의가 최선의 의사결정을 위한 한 팀이라는 헌법의 취지를 고려할 때, 이 규정은 한 팀으로 결정한 사항을 그 팀의 구성원들이 나누어 맡아 책임을 지고 실행하라는 의미로 새겨야 한다. 다시 말해 행정 각 부의 장관직은 국무위원들이 국민 앞에 책임 행정을 실현하기 위한 헌법상의 보직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행 헌법에서 국무위원직과 장관직 가운데 방점이 놓여야 할 것은 당연히 전자다. 물론 수많은 공무원과 산하 기구를 거느린 장관직의 위세가 현실적으로 더욱 강력해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와 같은 행정 관료제의 위세를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 국무총리, 국무위원들과 함께 국무회의를 구성하여 통제하려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 헌법의 진정한 취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뜻에서 국무회의라는 한 팀의 전체 명단이 제시되기도 전에 각 부 장관의 하마평이 무성한 현상에는 경계할 바가 적지 않다. 헌법에 따르면 국무위원이 장관보다 먼저다.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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