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대통령의 5·18기념사

  • 유영철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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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25   |  발행일 2022-05-25 제27면   |  수정 2022-05-2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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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철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그 길은 같은 보수정당의 역대 대통령들이 가지 않는 길이었다. 의례적으로 언급하며 가만히 있어도 되는 쉬운 길을 놔두고 가지 않는 어려운 길을 간다는 것은 매력이 될 수 있지만 그만큼 부담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가지 않는 그 길을 택했다. 그 길을 택함으로써 문제는 시작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8일 제42주년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기념사를 통해 5·18광주의거를 과감하게 새로이 평가했다. 종래의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이어진 같은 보수정권의 대통령들이 광주를 의례적으로 언급한 것과 달리 국민의힘 윤 대통령은 구체적이고 적극적이고 확산적인 단어로 표현했다. 그리고 "(피로써 지켜낸) 오월의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대한민국의 귀중한 자산"이며 "책임 있게 계승해 나가는 게 후손과 나라번영을 위한 출발"이라고 강조하며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광주시민"이라고 정의했다. 놀라운 평가였다.

오월광주를 향해 이같이 제시한 새로운 길은 보수정당의 대통령으로서는 전례 없는 길이었다. 이날 대통령은 새 정부 장관, 대통령실 참모, 국민의힘 의원 등 주요 당정인사 100여 명과 함께 KTX 특별열차편을 이용, 단체로 광주에 내려갔다. 동행 교통수단도 참여 인원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동행들은 기념식장에서 부를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를 나눠보며 열차 안에서 연습을 했다고 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거나 금지하던 쪽에서 함께 부르는 모습도 새로운 면이었다. 보수여당 의원들이 같은 성향의 참모들이 한결같이 불평 없이 동행한 점도 이상할 정도였다.

모든 말은 한번 나오면 다시 나왔던 쪽으로 들어갈 수 없다. 그대로 남는다. 필부의 말도 그러하다. 그래서 말에는 책임이 따르는 것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의 말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계엄군의 진압으로 수많은 고귀한 희생자를 낸 5·18광주에서 새 대통령으로서 밝힌 대통령의 기념사는 여느 연설에 비해서도 더 큰 책임이 따른다.

이번에 대통령이 강조한 "5·18은 살아있는 역사, 책임 있게 계승해 나가는 게 후손과 나라번영을 위한 출발"이라는 말 속에는 대통령의 책임 있는 자세가 내포돼 있을 것이다. 그동안 5·18은 제대로 규명되었는가. 비하 왜곡 조작은 없었는가. 정부 여당 안에는 5·18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 또는 왜곡된 관점은 없는가. 북한의 지령을 받은 간첩들의 소행, 북한 공작대의 출몰이라는 주장의 유포는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5·18에 대한 윤 대통령의 평가와 상반되는 주장을 펴온 인물이,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탈북자를 출연시켜 여과없이 방송한 인물이 현재 대통령실에 기획관으로 기용돼 있다고 한다. 방송에 나온 탈북자는 "광주민주화운동은 무장폭동이다" "5·18은 김일성에 드리는 선물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기획관이 어떤 연유에서 이런 방송을 주도하게 됐는지 아직도 그렇게 여기고 있는지도 추궁할 부분이다. 대통령이 말한 것과 다른 길이어서 교정이 필요하다. 같은 당인 국민의힘에도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대통령이 그 길을 택함으로써 시작된 문제는 이 나라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진정성이 있다면 의지가 있다면, 수미일관 언행일치가 수반돼야 한다고 본다.
유영철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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