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구FC 주장 김진혁이 7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다. <대구FC 제공> |
프로축구 대구FC에 어느 때보다도 짙은 '패배감'이 깔려있어 우려된다.
대구는 지난 7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27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맞대결에서 2-3으로 역전패했다. 지난 3일 홈에서 수원삼성에 1-2로 패했던 대구는 2연패에 빠지면서 5승 12무 8패, 승점 27로 리그 9위를 유지했다.
선제 득점은 대구가 전반 9분 만에 챙겼다. 그러나 대구가 앞섰는데도 경기를 지켜보는 이들은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최근 대구의 수비는 집중력을 잃고 동점, 역전 골을 내주기 일쑤였다. '팔공산성'으로 불리면서 대구가 자랑하는 역습 전략의 밑바탕이던 수비벽에 큰 균열이 생겼다.
이날도 다르지 않았다. 대구 수비진은 인천의 전방 패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극장 골을 내줬다. 경기 내내 긴 패스, 짧은 패스, 2대 1 패스를 가리지 않고 허용했고, 드리블 돌파에도 당했다. 제공권이 무기라던 대구 수비진은 후방에서 넘어오는 패스를 끊지도, 상대를 저지하지도 못하는 치명적 미스를 저질렀다. 뒷공간이 노출되니 쫓아갈 선수조차 없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도 선수들은 자기 역할을 잃었다. 공간과 선수를 모두 놓친 대구의 세트피스 전략이 지역 방어인지, 대인 방어인지조차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답답한 건 선수 대부분이 지칠 대로 지친 와중에도 투지를 보였다는 점이다. 온몸을 내던지는 육탄방어를 펼쳤고,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면서 상대 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는데도 수비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죽하면 대구의 주장 김진혁은 경기 종료 뒤 그라운드에서 마이크를 잡더니 팬들에게 "이유를 모르겠다.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바라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답답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할 테니 팬 여러분이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지난 경기 퇴장당한 탓에 인천전을 벤치가 아닌 기자석에서 관전한 알렉산더 가마 감독은 개선을 약속했다. 그는 이날 수비 실수가 나올 때마다 격앙된 반응을 보이면서 조광래 대구FC 대표이사와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그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열심히 하는 데도 결과가 나오지 않아 안타깝다"면서 "(수비 실수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왜 자꾸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항상 생각하면서 영상, 훈련을 통해 보완하려고 한다. 수비수뿐 아니라 모든 선수가 조금 더 뛰면서 수비를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는 오는 10일 리그 7위 강원FC(승점 30)와의 중요한 원정 맞대결에 나선다. 파이널 A·B 분류까지 고작 8경기 남았고, 일정은 난감한 수준이다. 강원전 이후 13일 울산현대 원정을 떠나고, 쉴 틈 없이 ACL(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을 준비해야 한다. 대구는 18일 일본에서 전북현대와 ACL 8강전을 치르기 위해 15일 출국한다.
그렇기에 대구는 풀 죽어 있는 시간조차 사치다. 가마 감독은 수비 조직력을 다시 짜고, 김진혁은 팀을 하나로 뭉쳐야 한다. 대구가 강원전을 계기로 침체한 분위기를 뒤집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