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실에는 배려도 넘쳐요] <하> 학교 안팎으로 뛰놀며 배우는 '어울림의 가치'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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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31 07:17  |  수정 2022-10-31 07:30  |  발행일 2022-10-31 제13면
대구 불로초등, 일주일에 하루 '책가방 없는 날' 지정해 야외활동
학교 인근 금호강변서 자연과 공감·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는 시간
대구 매천초등, 월별로 길러야 할 인성요소 정해 친구들과 미션 참여
모둠 컵 쌓기 등 혼자선 힘든 일 다함께 도우며 양보·협동심도 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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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매천초등 학생들이 친구들과 힘을 모아야만 미션에 성공할 수 있는 '모둠 컵 쌓기 놀이'를 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학교별로 학생 스스로 배려를 배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그 상당수는 우리의 삶을 지금보다 불편한 쪽으로 바꿔놓았다. 백신이 개발되고, 집단 면역이 형성됐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감염자가 줄었지만, 여전히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준 긍정적인 영향도 없지 않다. 그중 하나가 바로 '배려의 발견'이다. 2020년 2월 대구에서 국내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됐을 당시 대구시민은 스스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나섰다. 당시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도 없었고 그것을 강제하기도 전이었지만, 시민들은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근 채 '스스로 격리'를 택했다. 나 때문에 내 이웃이 그리고 나와 내 이웃으로 구성된 우리 사회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배려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대구시교육청도 위기 속에서 확인된 배려가 교실 속에서 그리고 학생들 사이에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선택한 것은 '놀이'다. 여러 명의 친구들이 함께 어울려 놀다 보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즐겁게 어울려 놀기 위해서는 양보 그리고 적절한 선에서 타협하는 것 그리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배려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려가 몸에 스며들게 되는 것. 대구시교육청이 놀이 속에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인성 덕목과 가치를 배워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것도 이런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놀이로 꽃피우는 인성교육

대구와룡초등은 '인성놀이'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학생들이 온전히 놀이에 빠질 수 있도록 학년별 30시간(학기별 15시간)을 운영하고, 내용에 따라 교과 수업과 연계한 교과 놀이, 창의적 체험활동과 연계한 자유놀이, 장소에 따라 교실 놀이·운동장 놀이 등 다양한 형태와 방법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스스로 놀이 방법과 규칙을 만들어 친구들과 함께 즐기게 된다. 학생들은 놀이방법과 규칙을 함께 만드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협력하고, 소통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배려, 책임감, 협업능력 등 다양한 인성 덕목과 가치를 몸에 익히게 된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4학년 한 학생은 "처음에는 싸우기도 했지만 놀이를 할수록 친구들과 협력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 친구들과 땀 흘리고 놀면 스트레스가 확 풀려 정말 좋다"고 말했다.

와룡초등 정옥희 교장은 "인성놀이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사고하고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힘을 기르고, 또래와 함께 배우고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감 놀이 프로그램

대구불로초등은 3월28일부터 학년별로 일주일에 하루 '책가방 없는 날'로 지정, 인성교육과 연계한 '자·신·감 놀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학교 측에 따르면, 학년별 인성중심 프로젝트 학습의 하나인 '자·신·감 놀이 프로그램'은 학교 인근에 있는 금호강변에서 자연과 공감하며 지역 주민들과 함께 즐기는 '자연놀이', 친구들과 함께 도전하고 힘을 모으는 '신체놀이', 그리고 창의적 감성표현 활동으로 배려를 실천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감성놀이'로 구분해 운영된 인성중심 놀이학습이다.

특히 학교 밖에서 이뤄진 자연놀이는 코로나19로 몸과 마음이 지친 학생들이 금호강변의 벚꽃 길을 걸으며 주변의 자연 관찰을 통해 자연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가지는 기회가 된 것뿐만 아니라 산책 중이던 지역 주민들과의 짧은 소통으로 웃어른에 대한 공경과 배려, 질서, 지역 사랑을 실천하는 시간이 됐다고 학교 측은 평가했다.

학교 관계자는 "자연놀이 프로그램에서 만난 일부 주민들은 코로나19 예방수칙을 준수하며 질서를 지켜 진지하게 자연을 관찰하고 탐구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대견하다며 칭찬을 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자·신·감 놀이 프로그램'은 매년 봄, 가을 시기에 학교특색교육 활동으로 실시되고 있고, 올해는 학생 주도 프로젝트 학습과 책가방 없는 날을 연계한 전일제 행사로 운영해 학생들의 참여와 관심을 더욱 높였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은 "코로나19 때문에 어디 가지도 못하고 답답하게 지냈는데 야외에 나가서 자연놀이 활동을 하니까 스트레스가 다 풀리는 기분이었다. 또 신체놀이와 감성놀이를 하면서 서로 협력하고 양보하며 즐겁게 놀다 보니 친구들과 더 가까워진 것 같아 정말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불로초등 김미정 교장은 "자·신·감 놀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배운 교실 속 인성내용을 학교 밖 지역사회로 확장하고 자연, 친구, 지역 주민과 함께 공감·소통하며 배려를 실천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몸도 움직이고, 인성도 키우고

대구매천초등은 학년별 특성에 맞는 인성 덕목을 선정하고, 이를 키우기 위한 인성교육 중심의 창의적 체험활동 동아리를 다양하고 특색 있게 운영하고 있다. 특히 1학년 학생들의 경우에는 신체활동 속에서 건강과 배려의 인성 덕목을 기르기 위한 '인성놀이' 동아리를 지속적으로 운영 중이다.

매천초등의 '인성놀이' 동아리 활동은 중점 인성 덕목과 관련해 월별로 길러야 할 세부 인성 요소를 정하고, 그에 적합한 놀이 활동을 선정해 운영하고 있다. 이런 덕분에 단순히 여러 가지 놀이를 체험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각각의 인성 요소를 몸으로 직접 받아들이고, 일상생활과 학교생활 속에서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특히 친구들과 힘을 합쳐 미션을 완수할 수 있는 '모둠 컵 쌓기 놀이' '협동 도미노 놀이'를 진행, 친구들과 함께하면서 좋았던 점이나 어려웠던 점, 앞으로의 다짐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협력을 위한 배려와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인성놀이 활동에 참여한 한 학생(매천초등 1학년)은 "나 혼자서는 절대 완성하지 못했을 것 같은데 친구들과 서로 이야기하면서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혼자서는 하기 힘든 일이라도 친구들과 힘을 모아 한다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귀띔했다.

매천초등 백종숙 교장은 "인성은 머리로만 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을 행동으로 실천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우리 학생들이 존중과 배려를 실천하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동아리 활동과 연계한 체험 중심의 인성교육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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