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대상포진…'통증의 왕' 피하려면 60세 이상 예방접종해야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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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5 07:19  |  수정 2022-11-15 07:21  |  발행일 2022-11-15 제17면
수두 바이러스 면역력 떨어질수록 잘 생겨
대상포진 후 신경통 등 합병증도 신경써야
딱지 앉기 전 손 잘 씻는 습관으로 전파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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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은 '통증의 왕' '통증의 끝판 대장'이라고 불린다. 생명까지 위협하지는 않지만, 죽을 것 같은 고통을 주는 탓에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이런 대상포진은 어린 시절 수두를 앓은 적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언제든 발병할 수 있다. 피부에 발진이 없더라도 감기 기운과 함께 일정 부위에 심한 통증이 느껴질 경우, 대상포진의 신호일 수 있다. 대상포진을 앓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졸중, 심장마비 발병 위험이 높다. 그런 만큼 면역력이 떨어지는 시기인 갱년기 또는 나이가 많으면서 만성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은 예방접종을 통해 대상포진을 예방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했다.

◆대상포진이란

대상포진은 피부에 이상이 나타나 피부병이라고 생각하고 진료를 보는 경우가 많다. 대상포진은 피부에 이상이 생기긴 하지만, 정확하게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VZV)가 일으키는 감염병이다. 항바이러스제가 치료의 근간을 이루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에 전혀 면역력이 없는 사람이 대상포진 바이러스에 걸리면 수두가 생기게 된다. 수두를 이겨낼 때쯤 피부병변은 없어지지만, 없어진 수두 바이러스는 우리 몸 어딘가에 숨어 있다.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면역기억이 없어질 때 재활성화를 하면서 생기는 병이 대상포진이다.

대상포진 환자는 2014년 1년 동안 100명에 1명 정도 발생했고, 나이대별로 보면 50~79세 어르신의 경우 100명 중 2명 정도가 대상포진으로 고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3명 중 한 명은 평생에 한 번은 대상포진을 앓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두와 대상포진은 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같다. 다만 그 병이 생기는 시기에 따라 질병이 달라지는 것이다. 주로 어린이에게서는 신체에 발진성 수포가 생기는 수두로, 면역기능이 저하된 성인에게서는 붉은 반점이 생기며 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대상포진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

대상포진은 몸 안에서 잠자고 있던 바이러스가 활성화돼서 생기는 질병으로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잘 생긴다. 예를 들면 면역력이 떨어지는 병이 있는 경우, 신장이나 간 이식 등을 통해서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거나 오래전에 수두를 앓고 면역기억이 떨어진 어르신들이 잘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상포진이 수두와 다른 점은 몸의 특정 부위에 국한해서 피부병변이 생긴다는 것이다. 몸의 한쪽으로 띠 모양을 형성하는 발진이 생기고 통증도 동반된다. 발진의 순서는 수두와 비슷하게 수포, 발진, 궤양 그리고 딱지 순으로 진행하게 된다. 보통 1~2주 후 딱지가 떨어져 나간 뒤 그 부위가 깨끗하게 낫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는 색소침착이 생겨 다시 호전되는데 수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대상포진 환자는 딱지가 앉기 전에 평소 손을 잘 씻는 것도 대상포진 전파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대상포진이 생겼을 때 통증은 대상포진 발진이 없어지면서 같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10~15%는 대상포진 피부병변이 없어진 후에도 통증이 남는다. 통증은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지속하기도 하는데 이것을 대상포진의 합병증인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고 한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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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파티마병원 홍정민 과장

대상포진 치료의 근간은 항바이러스제와 진통제이다. 항바이러스를 투여하면 대상포진 피부병변이 진행하는 기간, 통증의 기간, 통증의 강도 그리고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생기는 비율, 신경통이 생겼을 때 통증의 강도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고령인 환자나 당뇨가 있는 경우는 대상포진이 발생할 위험이 높기도 하고,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생길 위험도 높을 수 있다.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면 대상포진을 잠재우는 효과도 크기 때문에 항바이러스제로 치료하는 게 중요하고, 통증이 너무 심하면 통증을 조절하기 위해 보조제, 연고, 레이저 치료 등을 시행한다.

대상포진에 걸렸던 환자들을 수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대상포진이 재발하는 경우가 있는데 비율은 대상포진에 처음 걸린 사람의 10분의 1 정도로 알려져 있다. 전에 생겼던 부위에 또 대상포진이 생긴다면 대상포진의 가능성보다는 반복하는 단순포진 바이러스 감염이나 접촉성 피부염인지를 먼저 감별해야 한다.

대상포진 합병증도 신경 써야 한다. 대상포진 후 10% 정도의 환자에게서 신경통이 발생해 통증으로 고생하기도 한다. 신경통이 생긴 환자에게는 신경통을 억제할 수 있는 약물과 진통제를 투여한다. 이것으로도 잘 조절되지 않는 환자에게는 신경차단술 같은 시술을 한다. 눈이나 귀 같은 감각신경계를 침범하는 대상포진의 경우 눈과 귀의 기능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뇌수막염이나 뇌염 같은 질환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대상포진이 감각 신경뿐만 아니라 운동신경을 침범해서 마비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대상포진 후 6개월 동안 심뇌혈관질환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다. 이럴 때는 항바이러스제로 치료하면 심뇌혈관질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 뇌졸중은 대상포진 후 6개월 동안 일반적인 사람보다 30% 정도 더 많이 발생하고,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하지 않으면 2, 3배 이상 많이 발생할 수도 있다.

통증의 왕을 만나지 않거나 만났을 때 고통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접종'이다. 아이들이 수두가 많이 걸렸던 곳에서는 어른들이 대상포진에 잘 안 걸리고, 수두에 걸린 적이 있는 어른들한테 노출된 아이들은 수두에 걸리지는 않고 면역력을 획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대상포진에 잘 걸리지 않을 방법은 수두 바이러스에 계속 노출되는 방법뿐인데 이를 예측하고 병원에서 시행하는 방법이 바로 '예방접종'이다.

우리나라에서 예방접종은 60세 이상의 성인이거나 면역이 약한 50대 이상에게 권유하고 있다. 대상포진 접종을 하면 대상포진에 걸릴 가능성이 낮고, 걸리더라도 통증의 정도가 덜하다. 또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발생 비율도 낮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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