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비만 220억 투입 '미세먼지 차단숲'…효과는 "글쎄요"

  • 이자인
  • |
  • 입력 2022-12-26 18:35  |  수정 2022-12-26 19:49  |  발행일 2022-12-27
clip20221214125508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 인근에 위치한 '미세먼지 차단숲'이 겨울 날씨로 인해 나뭇잎이 없어 제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이자인기자

미세먼지로 인한 공기질을 개선하기 위해 매년 지역 내 '미세먼지 차단숲'이 조성되고 있지만, 사업의 효과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모니터링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26일 대구시에 따르면 올해 동구, 북구, 달서구, 달성군 내 위치한 7개 근린공원과 완충녹지에 미세먼지 차단숲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미세먼지 차단숲은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공장이나 발전소, 도로 주변에 식생을 심어 미세먼지 농도를 줄이는 사업으로, 산림청과 지자체가 예산 50%씩을 분담해 운영하고 있다.

대구시는 사업이 처음 시행된 2019년부터 매년 차단숲을 조성해 왔다. 현재까지 지역 내엔 서대구·성서·대구국가 산업단지와 경부선 철로변, 중부내륙고속도로 등에 총 44.2ha 규모의 차단숲이 조성됐거나 조성 중이다.

문제는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음에도, 차단숲의 효과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숲 1ha를 만드는 데는 10억원이 투입된다. 44.2ha 규모 차단숲을 조성하기 위해 대구시는 지난 4년간 시비 220억원을 투입했고, 산림청도 대구시를 포함한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2019년에만 예산 450억원을 편성했다. 또 올해는 960억원으로 예산을 늘려 사업을 확대했다.

하지만 측정·평가에 대한 산림청의 모니터링은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국립산림과학원이 2019년부터 '미세먼지 저감 산림산업 모니터링 사업'을 통해 차단숲이나 근린공원 등의 미세먼지 농도 변화를 관찰해왔지만, 이는 경기도 시흥산업단지 등 일부 지역만을 표본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또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공업단지보다 차단숲이 조성된 주거지 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게 측정되거나 대상지별로 편차가 큰 것으로 확인돼 더 많은 모니터링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초 국회예산정책처도 2021 예산분석보고서를 통해 "사업효과가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며 정책 정비를 요구한 바 있다.

대구시에서도 자체적인 모니터링은 없었다. 대구시 관계자는 "시와 산림청이 매년 1회씩 점검에 나서고 있지만 이는 고사 수목이나 하자 보수 등을 위한 관리하기 위함이었다"며 "산림청 주관 사업이다 보니 측정·평가 지침이 없어 모니터링 하지 못했다"고 했다.

예산뿐만 아니라 미세먼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시민들에게 낮은 인지도를 보이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지난 12~13일 이틀간 8년만의 12월 황사가 나타나 전국 대다수 지역에 '황사 주의 경보'가 내려져 시민들의 우려를 낳았다.

서대구산업단지 차단숲 인근에서 만난 김모(53·대구 서구)씨는 "이곳에 조성된 나무들이 미세먼지 차단숲인 줄 몰랐다"며 "매년 미세먼지가 문제인데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시민들도 그 효과를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산림청은 내년부턴 지침을 통해 본격 모니터링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나무가 대부분 3~4년이 지나야 완전 활착이 되기 때문에 그때부터 효과를 보인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현재 '도시숲 등의 관리지표 및 측정 평가기준'을 마련해 행정예고 중에 있다. 내년부턴 이 지침을 통해 지자체 차원에서 미세먼지 측정과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대구시에서도 차단숲 미세먼지 농도 측정에 대한 자체 모니터링에 나서겠다고 했다. 대구시 산림조성과 관계자는 "현재 환경 부서에서 지역 내 대기 오염 농도를 계속 측정하고 있다"며 "과거 데이터가 있는 만큼 차단숲 조성 전후의 대기 오염 농도를 대구시 자체적으로도 비교, 측정해보겠다"고 밝혔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이자인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