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의 삶의 공간이야기] 대구시청사에 대한 단상 (下)…'생태의 보고' 신천이 인접한 부지에 시청사 지어야

  • 김경호 아삶공 생태건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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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13 08:04  |  수정 2023-01-13 08:23  |  발행일 2023-01-13 제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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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시역을 생태학적으로 부감해 볼 수 있는 필자의 대구 시역 스케치.
그동안 시청사에 대한 세 편의 글을 적었다. 상편에서는 새로운 부지에 신청사를 지을 때 단편의 시청사가 아니라 시리즈의 드라마가 펼쳐질 수 있는 시청사를 상상하였다. 시청사만의 업무를 위한 건물이 아니라 복합적인 문화시설까지 포함된 건축을 제안하였다. 중편에서는 지금 시청사의 건너편 부지에 새로운 건물이 지어지고 기존 시청사와 브릿지로 연결되어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주차장의 확보와 중구청과 연계된 교집합 공간의 활용 등을 모색해 보았다. 무엇보다도 대구시청이 중심이 되어 동측으로는 중구청과 신천까지의 거리의 축을 연결하여 시청의 업무가 중구청과 신천까지 서측으로는 동성로 축과 교차되면서 경상감영까지 이어지는 길로 제안하였다.

이번 하편에서는 옛 도청 자리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틀어 시청사의 확장성과 각 부서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싶었다. 더욱이 신천변을 따라 일어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하여튼 하나의 고집이 아니라 다양한 안을 통하여 합리적이고 가치적인 시민의 결정과 그 과정 속에서 단합을 꾀하였고 사람 사는 공간을 배우는 자로서 소견을 밝히는 바이다.

사람의 동선과 인프라의 상호작용 고려한 길
환경공동체 의식을 불어넣는 곳이 좋은 공간
시청사는 시민의 쉼터·일터·놀이터가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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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청사와 연계되어야 할 신천.
◆신천과 연동되어야 할 시청사

개인적으로 대구시청사는 과거 경북도청으로 사용되었던 산격동으로 옮기길 바랐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환경적인 측면에서 무엇보다 시민들의 접근이 도로만이 아닌 신천으로도 가능하여 좋았다. 신천변을 걸으면서 시청에 접근한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었다. 이웃한 신천변은 대구시만의 매력 덩어리이다.

외국과 비교하자면 노만 포스터의 구 런던시청사가 떠올랐다. 물론 노만 포스터라는 세계적인 건축가의 작품이라는 이름값도 있지만 템스강보다 신천이 못하다는 증거는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나 아무리 생각해도 발견하지 못하겠다. 신천은 편안한 눈높이의 둑과 적당한 폭 때문에 걸으면서 서로를 인지하게 되는 공동체적인 공간의 스케일을 갖고 있는 생태하천이다. 유안진의 '지란지교'처럼 마음만 내키면 신천을 따라 걷고 싶고 그러다가 칠성시장에 들러 보리밥을 먹고 시청 내의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느긋하게 집으로 돌아오면서 적당한 벤치에 앉아 노을이 내리길 기다리며 책을 읽는 상상을 해 본다.

비 오는 날에는 다리 밑에서 준비해 온 보온병의 커피를 내리고 헤드셋을 쓴 채 김광석 노래를 들으며 신천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멍하게 바라보는 여유도 갖고 싶다. 바람 부는 날에는 시청의 옥상에 올라 신천을 내려보며 멀리는 팔공산과 앞산을 바라보며 지나온 날과 다가올 날들을 짚어 보고 상상하는 시간도 갖고 싶다. 그런 도시에서 살고 싶다. 그런 대구시가 되었으면 한다.

◆시민과 소통하는 청사

여하튼 새로운 시장님이 선출되었고 대구 시민의 기대도 클 것이다. 시장의 인사말처럼 대구가 국제적인 도시로서의 위상을 갖추기 위해선 대구시의 첫 집인 시청사부터 신중하게 지어야 할 것이다. 옷은 한 사람의 격을 나타낼 수 있지만 집은 주인뿐만이 아니라 집안의 격을 나타낸다고 하였다. 이는 대구 시민의 격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대구시청이 시장님을 비롯한 공무원들에게 자부심과 자긍심을 안겨주는 일할 맛 나는 일터가 되어야 하고, 대구시민들에게는 안위를 제공하고 민원을 해결하는 소통의 장소가 되어야 할 것이다.

뉴욕시에 '뉴요커'가 있다면 대구시엔 '대구시민'이 있다는 자긍심의 출발이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대구시민이 길을 나서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면 시청으로 가는 길이 되었으면 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대학원의 데이비드 라커 교수는 CEO의 브랜드 가치가 10% 좋아지면 그 기업의 주식 가치는 24% 증가한다는 연구이론을 제시했다. 그만큼 한 기관의 CEO가 조직을 대표하는 상징으로서 조직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핵심요소가 되고 있다는 얘기이다. 도시도 마찬가지이다. 시청의 CEO인 시장의 이미지가 중요하다. 홍준표 시장이 어떤 이미지로 대구를 대표할는지는 대구시민의 기대와 대구시민 스스로의 격을 갖춤에 있겠다.

세계적인 뉴욕시가 도시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적극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캠페인을 모색하게 되고 찾아낸 해법은 바로 '아이 러브 뉴욕' 캠페인을 통한 도시 마케팅이었다. 1975년 뉴욕이 실시한 이 캠페인은 당시 경제불황의 여파로 뉴욕시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고 범죄도 성행하여 관광객 숫자가 급감해 도시 재정까지 문제가 발생한 도시 이미지를 쇄신했고 지금까지도 지속적인 운동을 벌이고 있다. 물론 그 운동의 중심에 '밀턴 글레이저'라는 선한 디자이너가 있었다.

그렇다면 대구시는, 대구시민은 어떤 캠페인을 벌여야 할 것인가?

코펜하겐의 도시는 지상 6층 높이 건물 즐비
곳곳 섬세한 배려 돋보이며 도시 전체 어우러져
시민에게 안위를 제공하는 소통공간 역할 톡톡

◆신천은 대구 자부심

얼마 전 코펜하겐 BIG 건축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영국 친구를 서울에서 만났다. 그 친구에게 서울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너무 좋다고 했다. 특히 산과 강이 가까이 있어서 너무 좋다고 하였다. 하긴 코펜하겐의 도시는 수평적으로 지상 6층 높이의 건물들만이 펼쳐져 있다. 물론 중세의 교회나 성당이 불쑥 튀어나오는 곳도 있어 시민들은 그 종탑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것을 즐기는 것이 최고의 즐거움이라 했다. 하지만 코펜하겐의 거리와 건축은 훌륭하였다. 곳곳의 공간에 인간적인 섬세한 배려가 있었고, 도시 전체가 디자인되었다는 느낌은 감출 수가 없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노숙자를 한 명밖에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웃으면서 인사하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영국 친구 조너단에게 말하였다. 서울도 좋지만 다음에 오면 대구를 소개해 주고 싶다고 했다. '가장 인간적인 스케일을 갖고 있는 도시가 대구'라고 자랑했다. 특히 어디서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신천을 함께 산책하자고 하였다. 그곳에선 수달과 왜가리, 오리 등 다양한 생물을 직접 볼 수 있다고 자랑했다.

시골은 전원·초원·농경지에의 접근이 용이하거나 화초나 조류, 동물에의 접근이 마련될 때 비로소 평온하고 안락함을 느낀다고 한다. 도시에서는 인간의 동선과 인프라의 상호작용이 보장될 때에 도시 생활의 장점이 보장된다. 이들 상호작용에는 분단되지 않고 연속적인 활동이 대전제가 되고 그 흐름은 길이 된다. 나는 그 길이 신천이라고 생각한다. 신천을 좋아하고 수달을 비롯해 다른 생명체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환경공동체 의식'이 대구시민의 자부심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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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덴마크 코펜하겐 방문 때 옛 시청사에서 내려다본 시내 풍경.
◆뉴욕의 변신

범죄도시 뉴욕을 '범죄 없는 안전한 도시'로 바꾼 배후에는 최고의 존경받는 시장, 루돌프 줄리아니가 있었다. 정체된 도시 런던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로 돌려놓은 데는 켄 리빙스톤 전 시장의 리더십이 큰 몫을 했다. 브라질의 꿈의 도시 꾸리찌바를 환골탈태, 세계적 도시로 만드는 주역 중 한 명이 바로 자이메 레르레르 시장이었다. 이처럼 시장의 리더십과 행정철학이 도시에 생명을 불어넣는 핵심 파워가 되고 있다. 대구엔 홍준표 시장이 있었다는 역사가 남겨지길 필자는 응원한다.

앞으로는 빅데이터와 AI의 영역이 넓어짐에 따라 인간이 차지하는 업무의 양은 극소해질 것이다. 자연 큰 규모의 시청사가 아니라 짜임새 있고 효율적인 공간의 디자인이 우선되는 건물이 필요하지 않을까?

'결정 난 부지에서 왜 반토막을 내어 매각해야만 하는가? 원초적인 부지의 선정에서 시민 참여단 250명은 옳고 가치적인 판단을 하였는가? 지금도 그 판단에는 변함이 없는가?'에 대한 반복적 자문과 검토가 치밀해야 성공이 보장될 것이다.

김경호(아삶공 생태건축연구소 소장 )
◆생태형 시청사 아쉽다

지금 대구시의 재정 형편은 매우 빈약하다. 빚은 2조원을 넘겼고 연간 이자만 4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한 가운데 수천억 원이 드는 무리한 신청사를 고집하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부담은 오롯이 대구시민의 빚이 될 것이다. 대구의 청사는 대구시민의 공공재로 쉼터요, 일터요, 놀이터가 되어야 한다. 부담스러운 빚덩이가 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더구나 시의 살림을 주관하는 시장부터 갓 태어난 갓난아기까지 빚쟁이로 살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대구시민의 일상이 즐거워야 할 것이고 문화예술·의료·복지가 갖춰진 생태도시로 거듭나길 바란다. 그리고 지금의 시청사이든 옮겨진 시청사이든 시청이 자리 잡은 지역의 시민들은 지역의 관점에서만 보지 말 것이며 시청이 큰 선물 보따리처럼 취급되어도 아니 될 것이다. 시청이 세워지고 나서의 어떤 가치적 영향이 지속적으로 생길 것인가를 가늠해 볼 일이다.

대구시청은 대구만의 독특한 시청이 되어야지 어디 시청과 닮았다는 소리를 듣는 순간 대구란 정체성은 사라질 것이며 대구시민은 대구를 점점 떠날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어떤 삶의 공간을 들여다볼지 시민 여러분들의 고견도 듣고 함께 토론하는 지면으로 쓰고 싶다.

아삶공 생태건축연구소 소장 a30co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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