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끌어들이지 말라" vs "선거개입"…대통령실·안철수 정면 충돌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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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06  |  수정 2023-02-05 17:59  |  발행일 2023-02-06 제4면
대통령 끌어들이지 말라 vs 선거개입…대통령실·안철수 정면 충돌
국민의힘 안철수 당 대표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동대문구 갑을 합동 당원대회에서 양팔을 번쩍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끌어들이지 말라 vs 선거개입…대통령실·안철수 정면 충돌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관련 기업인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의원과 대통령실이 5일 정면 충돌했다.
안 의원이 최근 자신을 겨냥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발(發) 익명 보도와 관련 '선거개입'이라며 반발하자, 대통령실은 오히려 '윤핵관'·'안윤(안철수-윤석열)연대' 표현을 쓴 안 의원이 대통령을 선거에 끌어들였다며 공개 비판한 것이다.

◆安, 대통령실이 선거 개입
안 의원은 5일 SNS에 올린 글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대통령실의 (당 대표) 선거 개입이라는, 정당민주주의의 근본을 훼손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라며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라는 익명을 통해 특정 후보에 대해 '윤심(尹心·윤대통령 의중)이 있다·없다'는 기사가 나오지 않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했다. 또 안 의원은 '공정선거, 클린선거' 협약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달라고 선거관리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 등에 요구하기도 했다. 이는 최근 대통령실 관계자를 인용해 '안 의원은 윤심이 아니다'라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안 의원이 대통령실을 정면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안 의원은 '안윤(안철수-윤석열) 연대'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대통령실이 부적절하다고 반응한 것에 대해서는 자세를 낮췄다.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안 의원은 "(그 표현을) 쓰는 게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하셨으면 당연히 거기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안 의원은 윤 대통령과 소통에 대해 "문자를 많이 주고 받는다"며 "꼭 필요한 조언들이 있을 때 한 주에,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조언을 드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당 대표 도전 의사를 (윤 대통령에) 말씀드린 적이 있다"고 밝힌 뒤, 윤 대통령 반응을 묻는 사회자 질문에 "그분께서는 항상 좋은 말로, 따뜻한 말로 말씀을 해 주신다"고 밝혔다. 앞서 안 의원은 지난 3일 유튜브 채널에서도 당내 '윤핵관 그룹'을 향해 "그 사람들한테는 대통령의 어떤 안위는 안중에도 없고 자기들의 다음 공천이 중요하다"며 "윤핵관의 지휘자는 저는 장제원 의원으로 보고 있다"고 밝혀, 친윤계와 충돌한 바 있다.

◆ 대통령실, 安 공개 비판
이에 대통령실은 오히려 안 의원이 윤 대통령을 전당대회로 끌어들였다고 성토했다. 이진복 정무수석은 이날 국회에서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만나 안 의원 등 전당대회 과열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 수석은 정 위원장 면담 후 기자들에게 "'안윤(안철수-윤석열) 연대라는 표현, 누가 썼나. 그건 정말 잘못된 표현"이라며 "대통령과 후보가 동격이라는 표현, 연대라는 표현을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안 의원이 '윤핵관'이라는 '악의적인' 표현으로 대통령 참모를 갈라치기 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브리핑에서 윤안연대와 관련, "국정 수행에 매진 중인 대통령을 후보 자신과 동률에 세워 놓고 캠페인에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것을 안 의원도 잘 아실 것"이라며 "윤핵관이라는 용어 자체도 우리 당을 분열시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돼왔다"고 안 의원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전당대회에 대해 "중립적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원칙론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안 대표의 윤안연대, 윤핵관 등의 발언이 '뇌관'을 건드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와 궤를 같이하는 윤 대통령의 직접적인 발언이 전해지기도 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주 참모들에게 "실체도 없는 윤핵관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앞으로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며 "경제와 안보 상황이 막중한데 국정 최고 책임자이자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당 전당대회에 끌어들여 윤안연대 운운한 것은 극히 비상식적 행태"라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내부는 안 의원을 더는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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