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선출 뺨치는 '이장 선거'…첫 투표 고령 마을 '들썩'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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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3 07:09  |  수정 2023-02-27 13:31  |  발행일 2023-02-23 제9면
매월 20만원 수당·마을대표 대우 등 위상 높아져 경쟁 치열
주민 직접 투표소 제작 참여 열기…추대 마을선 과열 빚기도

지난 3일 경북 고령군 대가야읍 쾌빈2리에서는 이장을 뽑는 선거가 열렸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하는 공식적인 선거는 아니었지만 마을 주민들이 선거명부를 만들고 투표소를 설치했다. 

 

전체 700여 명의 주민 가운데 344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검표까지 마쳤다. 그 결과 현직 이장에 도전한 신인이 이장으로 선출됐다.

 

이명희 고령군 총무과장은 "30년 넘게 공무원 생활을 했지만 이장을 선출하는 선거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고령군의 일부 지역에서는 이장 후보자가 주민들에게 선물 공세를 펼쳤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선거를 치르지 않고 추대 형식으로 이장을 선출한 일부 마을에서는 막판 조율이 쉽지 않았다는 후문까지 들린다.

 

고령군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이달 초까지 153명의 이장 가운데 28명이 교체됐다. 

 

수십 년 전부터 마을에서 대동회 등을 통해 이장을 뽑는 게 관례였다. 이장으로 선출되면 통상 10년 넘게 봉직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지방선거 못지않은 선거전이 수면 위·아래에서 벌어졌다.

 

그 배경에는 달라진 이장의 처우와 위상이 자리한다.

 

이장이 되면 한 달 30만원의 수당과 200%의 명절 상여금이 나온다. 매달 2차례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면 2만원씩 수당도 받는다.

 

고령군에서는 이장의 고등학생과 대학생 자녀에게 장학금을 준다. 건강검진, 상해보험, 선진지 견학, 화합행사, 모범이장 산업시찰 등도 지원하고 있다.

 

공무원 눈치 보고 잔심부름이나 하던 처지에서 벗어나 마을 대표자로 대우받고 있다. 

 

마을의 오피니언리더이다 보니 군수는 물론 국회의원, 도의원, 군의원까지 이장을 자기편으로 두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마을 주변 공공사업에 입김을 미치거나 감독할 기회도 생긴다.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능력을 발휘하면 선출직 공무원이 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경남 남해군 고현면 이어리 이장을 하다 남해군수, 행정안전부 장관, 경남도지사를 역임하고 현재 국회의원인 김두관 의원이 대표적이다.

 

고령군 관계자는 "기존의 관례에서 벗어나 선거를 통해 이장을 선출하는 현상은 매우 바람직하다"며 "선거를 통해 뽑힌 이장이 마을의 대표자로서 행정기관과 함께 마을 발전을 이끄는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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