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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희망나무 개소식에 참여한 관계자들이 손가락 하트를 보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포항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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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건의함이 걸린 희망나무.<포항시 제공> |
"주민들이 조성한 기부금을 어떻게 하면 가장 필요한 위기 가구에 지원할 수 있을까?"
기부 문화 확산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경북 포항 오천읍이 기부금 사용에도 남다른 애정을 쏟아 타 지자체의 모범이 되고 있다.
포항시 오천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공동위원장 한보근·오염만)는 22일 오전 포항 오천읍행정복지센터 1층 중앙로비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주민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희망나무' 개소식을 개최했다.
'희망나무'는 사랑의 기부 릴레이로 모은 기부금을 '어떻게 하면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을까'라는 깊은 고민 끝에 설치됐다.
희망나무에 있는 추천서에 지원이 필요한 가구에 대한 정보를 적은 뒤 나무에 걸린 건의함에 넣으면 된다.
주변 시선으로 직접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위기 가구도 자신들의 어려운 사정을 적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모든 정보는 비공개다.
건의함에 담긴 추천서는 담당 공무원이 개봉해 확인하고, 오천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심의·의결해 긴급한 위기 가구부터 우선으로 지원한다.
이날 희망나무를 통한 첫 수혜자가 나왔다.
주민 이모 씨는 희귀 질환인 '근육긴장이상증'을 앓고 있다. 그의 배우자는 당뇨병성 망막증을 앓아 사실상 이 가구는 생계가 막막한 형편이다. 중학생인 자녀는 과체중에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하루 3회에 걸쳐 주사를 맞다 보니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많다.
이 씨는 "자녀가 과체중으로 교우 관계도 힘들다. 체중 감량을 위해 체육관에 보내고 싶지만 형편이 되지 않아 이마저도 어려운 현실이다. 자녀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오천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이모 씨 가정의 자녀에게 1년 간 체육관 이용료와 학습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기부로 모은 기부금이 건의함을 통해 지원이 꼭 필요한 위기 가구에 전달된 것이다.
나아가 '희망나무'는 위기가구 선제적 발굴은 물론 예방적 복지 실현과 촘촘한 지역 복지 안전망 실현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오염만 위원장은 "정부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지역주민들의 복지 진입 장벽을 없애는 훌륭한 소원 나무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명환 포항시 복지국장은 "오천 주민들이 만들어 낸 자발적인 기부 문화는 타 지자체의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오천읍 희망나무'에 행복의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천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주도로 오천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사랑의 기부릴레이'는 2021년 10월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87곳의 개인·단체가 도움의 손길을 보냈다.
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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