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인증중고차' 시장 진입 본격화

  • 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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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4 06:43  |  수정 2023-03-24 08:27  |  발행일 2023-03-24 제10면
대기업 '판매' 시동…기존업체 '죽을 맛'
주총 '중개업 목적' 정관 추가
5월 시범사업 시작될 전망
소규모업체 "보호대책 절실"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 등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에서는 영세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3일 주주총회를 열고 현대차의 사업 목적에 '금융상품 판매대리·중개업'을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관 변경안을 승인했다. 중고차 판매업 진출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3월 신차 수준의 상품화를 목표로 한 중고차 사업 방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는 중고차판매업 사업조정심의회를 거쳐 1년의 유예 기간을 둘 것을 권고했다. 유예기간이 만료되는 오는 5월 이후에는 시범사업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 역시 중고차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앞서 지난 17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업 목적에 '금융상품 판매대리·중개업'을 추가하는 정관 변경안이 승인됐다.

그간 중고차 업계는 정보가 비대칭적으로 주어지는 상황에서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의미에서 이른바 '레몬시장'이란 꼬리표가 줄곧 따라다녔다.

실제 소비자연맹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중고차 관련 소비자불만 접수 건수는 9천376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성능상태 불량'(49.2%)을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또한 소비자연맹이 기존 중고차 매매플랫폼에 등록된 매물 100건을 모니터링한 결과, 이 중 32건은 성능상태 점검기록부 제공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현대차는 중고차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신뢰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립했다. 기술력을 토대로 정밀한 성능검사와 수리를 거친 후 판매하는 '인증중고차(Certified Pre-Owned)'를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종합정보 포털을 운영, 중고차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청사진도 함께 제시했다.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의 불안감은 커졌다. 가뜩이나 금리인상으로 중고차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은 상황인데 대기업이 시장에 진출하면 도산 위기까지 내몰릴 수 있다는 업체도 적잖은 상황이다.

대구시자동차매매사업조합 관계자는 "중고차 업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작년부터 시작된 고금리 기조에 내상을 크게 입었다"며 "여기에 대기업까지 시장 진출에 나서게 되면 더 큰 어려움이 엄습할 것으로 우려된다. 작은 규모의 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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