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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천기자〈체육주간부〉 |
2004년 프로야구에 대규모 병역비리 사건이 터졌다. 병역비리 연루자가 구단 별로 두 자릿수가 나오는 등 전례 없는 폭탄이 프로야구판에서 터진 것이다. 비슷한 시기 도박 사건이 다시 불거졌던 대만프로야구의 붕괴를 보면서 당시 한국 프로야구도 이러다 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20년이 흐른 뒤 한국프로야구가 또다시 위기론에 빠졌다. 아니 예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도화선은 WBC 연속 1라운드 탈락 참사다. 3회 연속 야구 변방 국가에게 패하며, 야구 강국이라는 팬들의 자부심에 큰 스크래치를 냈다.
대회에서 나온 강백호의 '세리머니 아웃'을 애교 수준으로 만든 사건이 터졌다. 서준원이 미성년자 성착취물 제작이라는 혐의로 수사를 받는다는 것이 알려진 것.
여기에 29일 장정석 기아 단장이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기아 타이거즈는 이날 FA 협상 과정에서 선수에게 금전을 요구하는 등 품위손상을 이유로 장정석 단장을 해임했다고 밝혔다. 단장이 선수에게 두 번이나 돈을 돌라고 이야기했다는 사실에 팬들은 분노를 넘어 허탈해하고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거치며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급등했고, 10개 구단 체제를 완성하며 양적 성장을 이어갔다.
프로야구는 단순한 스포츠산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팬들은 그라운드를 내달리는 선수들에게 자신들의 꿈을 투영시킨다. 사회인야구를 했던 필자가 라이온즈파크 외야석에서 구자욱 선수의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는 것처럼.
팬들은 야구라는 드라마가 정직한 땀과 공정한 룰에 의해서 만들어진다고 굳게 믿고 있다. 드라마의 주인공인 프로야구선수들에게 공인과 같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프로야구는 병역 비리뿐만 아니라 수차례의 승부조작 사건 등 리그 전체를 휘청이게 할 사건을 겪었지만 망하지 않았다. 모두가 비리 척결을 다짐하고 환골탈태의 자세로 나섰기 때문이다. 또한 그때마다 팬들은 구단과 KBO의 약속을 믿고 야구장으로 돌아왔다.
2023년 프로야구 개막이 코앞에 다가왔다. 이런 상황에서 야구장을 찾을 팬들에게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뼈에 사무치는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프로'야구에 팬이 없으면 존재 의미 자체가 없다. 팬이 없으면 구단이 존재할 이유가 없고, 고액 연봉을 줄 필요도 없다.
선수들이 최상의 노력과 최고의 플레이를 해야 할 이유다.
홍석천기자〈체육주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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