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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장 |
너무 흔한 말이지만 대한민국은 서울 공화국이다. 서울살이 2달 동안 아주 오랫동안 들어온 서울에는 사람도 많고 차도 많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영남일보 서울본부가 위치한 프레스센터 인근 식당가 점심시간은 줄서기 전쟁이다. 맛집으로 소문난 북엇국집은 최소 20분은 기다려야 한다. 그래도 이곳은 그런대로 가성비가 높다. 대구 같으면 아주 평범한 식당(특히 음식 맛)조차 웬만해서는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다. 인근 청계천은 어깨를 부딪치며 지나갈 정도로 사람으로 붐빈다.
이러니 대한민국의 모든 분야가 서울로 서울로 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 10대 대기업 본사 대부분이 서울에 있고, 문화시설도 서울에 집중돼 있다. 경제와 문화의 서울 쏠림은 익히 알고 있다. 이 분야보다 훨씬 서울 쏠림 현상을 보이는 곳이 언론이다.
포털(네이버, 다음카카오)이 국내 뉴스 유통의 대부분을 담당하면서 레거시 언론(신문·방송 등 전통 미디어)의 설 자리는 점점 위축되고 있다. 특히 포털사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통해 뉴스콘텐츠제휴사(CP)를 선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130여 개(네이버 기준) 언론사가 CP로 선정됐다. 이 가운데 지방 언론사 CP는 10%에도 못 미치는 12개에 불과하다. CP가 뉴스 유통의 70% 정도를 담당하고 있다. 돈은 50%가 서울에 몰려있지만 뉴스는 90%가 서울에 쏠려 있다는 얘기다. 중앙언론은 거의 모두 웬만한 수도권 인터넷 매체도 CP인 셈이다. 중언론 A사는 자회사까지 7개, B사는 5개의 CP를 보유하고 있는 등 상당수 중앙언론은 복수의 CP를 가지고 있다. 이는 대기업이 문어발식으로 계열사를 소유하는 것과 진배없고, 언론의 수도권 쏠림을 더욱 가속화하는 꼴이다.
여기에다 CP인 지역 매체는 지역 뉴스 노출에 소극적이다. 박준규 헤럴드경제 기자의 석사 논문에 따르면 지역 CP의 전체 기사 76.9%는 지역성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온전한 지역 기사는 16.7%에 그쳤다. 지역 CP매체는 지역 여론 전달보다는 조회 수 증가에 따른 수익을 우선시했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지난달 22일 영남일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달성 사저 입주 1주년을 맞아 유영하 변호사 단독 인터뷰 기사를 홈페이지에 올렸다.첫 보도 후 이 기사는 영남일보 온라인을 통해 조회 수가 폭발적이었다. 2시간 뒤쯤 연합뉴스를 시작으로 대부분 중앙언론이 받아쓰기를 시작했고, 이 후부터 '조회 수 과일'은 중앙언론의 몫이 됐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버는 것과 같다. 언론의 서울 쏠림의 단적인 폐해 사례다.
포털(제휴평가위원회 포함)의 지역 언론에 대한 차별도 문제다. 2015년 제평위 출범 이후 지난 8년간 정기심사에서 CP가 된 지역 언론은 한 곳도 없다. 8곳이 CP가 됐지만 오롯이 서울 매체 몫이었다. 지역 매체 특별심사를 통해 9개 지역 매체가 CP가 됐지만 지역별 인구 편차를 감안하지 않아 지역 간 언론 불균형 현상초차 초래하고 있다. 지역으로 특화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는 지역 언론에 대한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 중 하나가 지방시대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언론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같은 언론의 서울 쏠림 아래서는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기는 힘든다. CP의 지역 매체 비중을 대폭 늘려 언론의 수도권 쏠림을 막아야 한다. 정부와 포털의 특단의 조치를 촉구한다.김기억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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