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 안 보이는 고령 농촌공간정비사업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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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12 07:29  |  수정 2023-04-12 08:26  |  발행일 2023-04-12 제10면
양돈장 이전 예정지 주민 반대
예산용도 제한→토지보상 난항
국비 확보에도 답보 상태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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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고령군 우곡면 우곡양돈단지 추가조성 반대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최근 고령군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있다. 〈주간고령 제공〉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는 농촌공간정비사업이 한계에 부딪혔다. 정비대상 농가의 이전 예정지가 알려지자 해당 주민들이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데다 공모사업 예산의 쓰임새가 제한돼 토지 보상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경북 고령군은 지난해 7월 농림축산식품부가 전국 123개 농촌 지자체를 대상으로 공모한 농촌공간정비사업에 응모해 125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고령군은 이 돈에다 도비(15%), 군비(35%) 125억원을 보태 5년 동안 대가야읍 회천변 양돈장 12곳을 이전하고 유휴부지에 수변경관과 친환경 쉼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사업은 2년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고령군이 최근 회천변 양돈장을 우곡양돈단지로 이주시킨다는 방침을 세우자 우곡면민들이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우곡양돈단지 추가조성 반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 3일 고령군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령군은 흩어져 있는 양돈시설을 한곳에 모아 친환경적인 시설을 만들겠다는 말을 앞세워 주민의 의견을 깡그리 무시한 채 공사를 진행했다"며 "우곡 주민의 외침을 외면하고 양돈단지를 추가로 조성한다면 집단행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령군은 "양돈단지 이전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지만 주민이 반대하면 사업은 추진할 수 없다"며 "앞으로 우곡 주민과 고령군과의 이견을 좁히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곡면 대곡리 우곡양돈단지에는 현재 3만1천291㎡ 규모의 12개 농장에서 2만5천741두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다.

공모사업 예산의 쓰임새 제한도 사업의 진행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예산 사용 지침서에 따르면 토지수용과 지장물 철거 비용이 예산의 50%(토지매입비 30%, 지장물 철거비 20%)를 넘지 못한다.

고령군은 확보한 정부예산에다 도·군비를 더해 총 250억원으로 농촌공간정비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침대로라면 고령군은 30%인 75억원 정도의 예산을 들여 이전 대상 축사 부지를 몽땅 매입해야 한다. 주민과의 보상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양돈농가는 "3천두 정도의 돼지를 사육하는 축사가 이전할 경우 부지 매입과 축사 건립, 각종 시설물 설치에 대략 50억~60억원이 소요되는데 10억원 안팎의 보상비를 주겠다는 건 양돈을 하지 마라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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