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운수초등 병설 유치원…"바이올린·골프로 아이 재능 키워요"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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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08 07:46  |  수정 2023-05-08 07:47  |  발행일 2023-05-08 제15면
최효순 교사 놀이지도 주목
"행복해하는 어린이 보며 보람"

백스윙지도
고령 운수초등병설유치원 최효순 교사가 어린이들에게 골프 백스윙을 가르치고 있다. <최효순 교사 제공>

경북 문경 공립유치원에서 근무하던 최효순(여·58) 교사는 2019년 고령 다산면 다산초등병설유치원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유치원생들에게 뭔가 특별한 걸 가르치고 싶었다. 전공은 아니지만 2000년부터 바이올린을 켜기 시작해 20년 넘게 연주하고 있는 최 교사는 특기를 살려 어린이들을 가르치기로 마음먹었다.

최 교사는 자신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많은 어린이가 딱딱한 악기와 어려운 이론, 자세 잡기의 어려움 등으로 바이올린 배우기를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다. 아이디어를 냈다. 이른바 '군불 때기' 전략이었다.

3월 초부터 거의 매일 어린이들에게 바이올린의 우수성을 알리며 흥미를 유발하는 홍보를 했다. 얼마쯤 지나자 어린이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어떻게 하면 바이올린을 배울 수 있느냐"고 묻는 이들도 생겨났다.

당시 만 5세 담임을 맡은 최 교사는 27명의 어린이에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바이올린을 가르쳤다. 네 개의 줄에 아빠, 엄마, 언니, 아기라는 또 다른 이름을 붙였다. 악보를 색깔로 표시했다. 가족 구성원의 특징을 활 잡는 법에 대입시켰다. 어린이들의 흥미는 배가됐다.

일 년 동안 두세 곡 정도만 연주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출발했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해 고령과 경북도에서 열린 축제에서 10곡 넘게 연주했다. 요양원, 면민노래자랑 등에서 연주 요청이 들어왔다. 특히 경북도 행복놀이축제에 초청돼 애국가를 연주하는 기염을 토해내기도 했다.

다산초등병설유치원에서 4년간 바이올린을 가르친 최 교사는 지난 3월 운수초등병설유치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다시 어린이들에게 특별한 놀이를 지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린이가 5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유치원인 데다 만 3~5세 통합학급으로 바이올린을 가르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할 즈음 싹이 돋아난 운동장 잔디가 눈에 들어왔다. "저 푸른 운동장을 활용한 놀이를 해보자."

골프였다.

무겁고 긴 철제 대신 플라스틱 골프채를 택했다. 놀이와 게임처럼 흥미를 유도했다. 스윙 자세와 골프 규칙 등을 가르쳤다. '어린이들이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은 기우였다. 처음엔 자세 잡기에 어려움을 겪던 어린이들이 공을 제대로 쳐 내기 시작했다.

어린이들은 유치원에 오면 골프채부터 잡는다. 7살 김재희 어린이는 특출한 재능을 뽐낸다. 재희의 지금 꿈은 '훌륭한 골프선수'다.

어린이들은 집에서는 물론 밖에서 누구를 만나면 "제가 골프를 배웠어요. 자세 한번 보실래요?"라며 자랑한다.

최 교사는 "놀이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교사의 재능을 전달해 유능한 어린이가 되도록 하고 이들이 미래에 행복하게 살았으며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 일을 하게 됐다"며 "어린이들이 행복해하고 학부모의 높은 만족도와 응원이 있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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