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인도네시아의 새 수도

  •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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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22 06:59  |  수정 2023-05-22 07:01  |  발행일 2023-05-22 제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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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인도네시아가 수도를 옮긴다. 작년에 착공하여 지금은 노동자들이 건설공사에 불개미처럼 매달려 있다. 현재의 수도 자카르타는 문제가 많다. 그 도시의 어떤 곳은 일 년에 30㎝나 가라앉는데 깨끗한 물을 찾아 무분별하게 지하수를 퍼낸 것이 원인이다. 인근 바다의 해수면도 올라가 시민 40%가 해수면보다 낮은 곳에 살며 걸핏하면 물난리다. 옛날에 백사장이 있던 곳에는 2m가 넘는 방파제가 들어섰다. 2007년엔 큰물이 도시의 반 이상을 휩쓸어 갔다. 1천만명이 복작거리며 수도권에만 2천만명이 더 살고 있다. 그러니 교통체증과 공해 문제도 심각하다. 조코 위도도(61) 대통령이 천도를 결정한 이유다.

새 수도는 자카르타에서 약 1천300㎞ 떨어진 보르네오섬의 '누산타라'라는 곳인데 이 지명에는 이 나라 1만7천개 도서를 아우른다는 뜻이 담겨 있다. 대통령궁과 핵심 정부청사부터 먼저 지어 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인 바로 내년에 개도할 예정이다. 졸속을 우려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통령은 이 새 수도가 재생에너지를 쓰는 스마트시티가 될 것이라 한다. 세 나라가 공유하는 이 보르네오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면적의 열대우림이 있고 오랑우탄, 보르네오코끼리, 코주부원숭이, 구름표범 등이 살고 있다. 2015년 전에 이미 이곳 산림의 반이 벌채되었는데 대부분 부정한 방법으로 이루어진 남벌이었다. 정부는 인구분산 정책의 일환으로 이곳으로 이주하려는 외지인에게 땅을 나눠준 결과 이 지방에는 원주민보다 자바인이 더 많이 살고 있다. 댐 건설로 강제이주 당한 원주민이 멸종위기 동물보다 더 무시당한다고 분을 터트리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한창 땅 투기가 일고 있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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