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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준(대구경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
인구 감소를 넘어 지방 소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발표됐다. 설상가상 지방에서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 특히 청년 유출이 심각한 수준이다. 작년 대구경북 인구 순 유출이 1만9천여명(대구 1만1천512명, 경북 7천627명)을 넘어섰다. 그중 20대 청년층은 대구가 6천533명으로 전체의 56.7%를 차지했다. 경북은 44세 이하 1만5천770명이 이탈했는데, 20대 청년층이 9천903명으로 62.8%에 달했다. 2021년 정부는 기초지자체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경북이 16개로 전남과 함께 광역지자체 중 가장 많았고, 대구도 남·서구 2곳이 포함됐다.
중소기업 구인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지방 중기청장으로서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훨씬 심각하다. 현장을 다니면서 만나는 지역 중소기업 대부분이 '일할 사람이 없다' '연구개발 기술인력도 없고, 특히 청년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중소기업은 국내 전체 기업체 수의 99.9%, 종사자의 81.3%를 차지하는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다. 또한 청년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주역이다. 결국 청년이 있어야 중소기업이 살아나고, 중소기업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지방소멸을 막을 해법 중 하나로 '지역 중소기업의 청년인재 유입'을 위한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 지역에서 나고 자란 청년이 지역 기업에 취업해 살 수 있도록 정부·지자체·중소기업이 적극 나서야 한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특성화고 학생을 대상으로 지역 중소기업 수요에 맞는 현장 중심 직업교육을 실시해 지식과 실무를 겸비한 기술·기능인력을 양성하고 취업을 연계하는 '특성화고 인력양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중소기업 인력양성대학' 사업도 있다. 직업계고 2년과 전문대 2년의 교육과정을 통해 양성된 현장 맞춤형 기술인력을 협약 중소기업에 취업시키는 '기술사관 육성'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학위과정을 대학에 설치해 협약 기업의 재직자 또는 채용 예정자가 2년의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소기업 계약학과' 등이다.
뿐만 아니라 중소·중견 기업 핵심인력이 5년 이상 장기 재직 시 2천만원의 공제금을 지급하는 '내일채움공제'와 중소기업 청년근로자에게 3년간 1천800만원의 목돈 마련을 지원하는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 플러스' 사업도 있다.
정부는 기업·학교·학생 등 중소기업 인력지원사업 참여 범위를 넓히고 지원예산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고용노동부·교육부 등이 각각 추진하는 인력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범정부 차원의 지원대책 점검도 필요하다. 지자체는 우수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지역 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을 위한 파격적인 지원을 내놔야 한다. 최근 지역에도 청년을 유입하기 위해 출향 청년의 유턴을 지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소기업에 취직하는 청년의 인건비 지원부터 영농정착 지원, 빈집 수리비용 지원, 창업 공간 및 비용 지원 등 대책을 시행하고는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의 자발적인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난 3월 인크루트 설문조사에서 신입 구직자가 바라는 초봉은 약 4천만원 수준이며, 응답자의 95.4%는 초봉이 입사 결정에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2022년 4분기 국세통계 연보'에 나타난 대구지역 근로자 평균 연봉은 구직자의 기대 수준에 못 미치는 3천643만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13위다. 지역 기업 스스로가 구직자 눈높이에 맞는 적정 임금을 보장하고 고용 안정, 복지제도 확대, 쾌적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지방소멸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일자리뿐만 아니라 교육·문화·복지 등 다방면의 지원과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지만 당장 추진이 쉽지 않다. 우선 지역의 산·학·연·관이 머리를 맞대고 지역 중소기업에 청년이 올 수 있도록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어 보자.
원영준(대구경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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