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막아라" 警 "열어라"…무대車 들어서자 고성·몸싸움

  • 이동현,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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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19  |  수정 2023-06-19 11:23  |  발행일 2023-06-19 제3면
"불법 도로점거" 퀴어축제 행정대집행 나선 시청·중구청 500명

"적법 집회" 맞선 경찰과 충돌로 대중교통지구 한때 '아수라장'

공무원 막아라 警 열어라…무대車 들어서자 고성·몸싸움
17일 오후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 일대에서 열린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의 참가자들이 경찰의 경호 아래 거리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성소수자'들의 행사인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에서 지자체와 경찰 간 충돌이라는 사상 유례없는 사태가 일어났다.

지난 17일 오전 7시 대구 중구 반월당네거리 대중교통전용지구 앞.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의 도로 점용 허가를 두고 이른 아침부터 대구시와 경찰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경찰은 이날 경력 1천500여 명을 투입해 안전 관리에 나섰다. 반면 대구시는 퀴어문화축제를 도로 점용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직원과 중구청 공무원 등 500여 명을 동원해 행정대집행을 예고했다. 공무원들은 대중교통전용지구 약 700m 구간을 1m 간격으로 막아섰다. 축제 주최 측의 무대 설치를 막기 위해서였다.

오전 9시25분쯤 퀴어축제 무대 설치 차량이 반월당네거리에서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진입을 시도하자 공무원들이 막아서며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았다. 공무원들은 "퀴어축제는 도로를 불법으로 점거하고 시민의 통행권을 제한한다"며 행정대집행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반면 경찰은 적법한 집회 신고라며 공무원들이 물러설 것을 요구했다. 결국 공무원과 경찰은 충돌했고,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고성과 욕설도 오갔다. 이를 지켜보던 퀴어축제 주최 측과 참가자들은 "경찰 파이팅. 경찰 이겨라"고 응원하기도 했다. 대구시는 공무원 2명이 발목 등에 부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공무원들을 물리적으로 밀어낸 경찰은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시내버스 통행을 전면 중단시켰다. 남문시장 네거리 및 수성교 방면에서 온 버스들은 반월당 네거리 대중교통전용지구 앞에서 막혀 계산오거리 쪽으로 우회할 수밖에 없었다.

오전 10시30분쯤 홍준표 대구시장이 현장에서 예고 없는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홍 시장은 "퀴어문화축제는 불법 도로 점거"라며 "대구경찰청장에게 책임을 묻겠다"며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또 "사전에 수차례 협의했는데 대구경찰청장이 법을 왜 이렇게 해석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문재인 정권 시대의 경찰이라면 그렇게 했겠지만,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다. 이런 불법 집회가 난무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홍 시장은 SNS를 통해 "내가 '도로 불법 점거는 막아야 한다'고 하니 되레 '집회 방해죄로 입건할 수도 있다'고 겁박하는 간 큰 대구경찰청장"이라며 "불법을 옹호하고 시민 불편을 초래한 대구경찰청장은 교체됐으면 한다. 완전한 지방자치경찰 시대라면 내가 즉각 파면했을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경찰도 성명서를 내고 반발했다. 대구경찰청 공무원직장협의회연합은 성명에서 "퀴어축제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에 따라 경찰이 보호해야 할 행사"라며 "홍 시장은 더 이상 대구경찰의 명예와 자긍심에 상처 주지 말라"고 했다. "검찰 출신으로 누구보다 법을 잘 아는 분이 왜 이러는지 의문이다. 자신을 속이고, 남도 속일 '자기기인(自欺欺人)'"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사상 초유의 지자체와 경찰 간 충돌을 뒤로 하고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이날 낮 12시부터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행사를 반대하는 단체의 항의성 집회도 열렸다. 퀴어축제 반대대책본부는 동성로 옛 중앙파출소 앞에서부터 옛 한일극장까지 약 400m 구간에서 집회를 열고 "동성결혼·동성애 법제화 반대"를 외쳤다. 오후 5시 성소수자들의 퍼레이드가 시작되자 피켓을 들고 맞불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양 측 간 물리적 충돌은 없었으나 동성로 일대 교통 혼잡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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