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삼국유사의 본향'은 대구시 군위군

  • 오동욱 대구정책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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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13  |  수정 2023-07-13 07:57  |  발행일 2023-07-13 제21면

오동욱
오동욱 (대구정책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장)

보각국사 일연이 편찬한 '삼국유사(三國遺事)'는 고대의 역사·지리·종교·민속 등이 고루 담긴 문화유산의 원천적 보고로서 국보(제306호)로 지정돼 있다. 김부식이 저술한 '삼국사기(三國史記)'와 더불어 한국 고대사 서술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국유사를 집필한 일연은 경북 경산 태생으로 대구 비슬산에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대구 달성 화원읍 본리리에는 일연이 주지로 임직한 인흥사라는 절이 있었다. 일연은 이곳에서 삼국유사 왕력(王曆) 편의 토대가 되는 '역대연표(歷代年表)'를 간행했다.

일연이 삼국유사를 완성한 곳은 대구 군위 인각사다. 군위군에서는 삼국유사의 의미를 되새기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 의견 수렴을 통해 인각사가 소재한 행정구역의 명칭을 '삼국유사면'으로 개칭하고, 삼국유사 관련 인문강좌와 퀴즈대회 등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삼국유사테마파크'는 삼국유사 속 이야기를 다채로운 전시기법과 조형물로 구현해 놓은 '삼국유사 체험여행의 1번지'다.

삼국유사는 단순한 이야기책이 아니라 5권 2책 9편목으로 구성된 역사책이다. 일연이 직접 현장을 답사하면서 집필한 144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단군신화, 만파식적, 연오랑세오녀, 서동요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콘텐츠다. 삼국유사의 중요한 가치는 삼국유사 속 많은 콘텐츠가 문화산업의 원천 콘텐츠로서 풍부한 영감을 준다는 점에 있다. 삼국유사를 뿌리 삼은 독창적 콘텐츠가 다양한 형태의 영상과 도서 등으로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

삼국유사에는 영웅의 신화도 있고 서민의 토속적 이야기도 있다. 서양에 그리스로마신화가 있다면 우리에겐 삼국유사가 있다. 21세기는 이야기와 감성, 이미지가 중시되는 문화의 시대다. 문화는 지역은 물론 국가경쟁력 제고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삼국유사나 그리스로마신화 같은 고전의 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커진다. 삼국유사 콘텐츠를 다양한 장르에 적용해 파생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원 소스 멀티 유즈(OSMU, One Source Multi Use) 전략을 통해 지역발전과 도시브랜드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육당 최남선은 "만약 나에게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서슴지 않고 '삼국유사'를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단군신화, 고조선, 가야역사 등 삼국사기에 없는 이야기를 삼국유사에서는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담긴 콘텐츠의 진솔성과 중요도, 무엇보다 다양성 측면에서 가치가 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일연은 출가 후 약 35년간 비슬산에 주석하면서 삼국유사의 찬술을 구상하고 그 기초 작업을 했다. 그리고 인각사에서 삼국유사를 완성한 후 입적했다. 이처럼 대구는 삼국유사의 시작과 마무리가 이루어진 곳이다. 민족의 보물인 삼국유사의 역사성과 가치를 가장 잘 계승하고 있는 '삼국유사의 본향'은 대구 군위다.

오동욱 (대구정책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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