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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학 영남대 교수 |
필자는 학기말 시험을 마치고 학생들을 인솔하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방문하였다. 인도네시아의 한 국립대학과 학생 간의 교류 행사가 있었기 때문에 참여 학생들의 인솔 교수로서 자카르타를 방문하게 된 것이다. 자카르타는 인구 1천만이 넘는 동남아시아의 최대 도시이며 중심가는 서울 강남 못지않은 매우 화려한 고층 건물이 즐비하였다. 그런데 2022년 인도네시아 국회가 수도를 자카르타에서 보르네오 섬의 누산타라로 옮기는 법을 통과시켰다. 2045년까지 누산타라를 친환경 첨단 기술도시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 이유는 자카르타가 물에 잠기고 있기 때문이다. 대도시가 침수되는 이유는 2가지이다.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로 지반 침하가 일어나고 있는 데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후변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알게 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가장 큰 규모가 아닐까 싶다.
인근의 몰디브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몰디브는 세기말이면 완전히 수몰될 운명에 놓여있고 더는 옮길 땅도 없어 정부는 가라앉기 전에 혁신적인 수상도시를 모델로 한 몰디브 플로팅시티를 2027년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투발루는 간척사업을 꾸준히 추진함과 동시에 국민이 여러 영토로 흩어져 있더라도 국가로서 인정받기 위해 디지털 국가를 만들 수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해수면 상승으로 논이 염분으로 오염되고 있어 내염성 쌀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남태평양 키리바시는 피지 북섬에 땅을 구매하여 2천여 명을 이주시켰고 29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마셜제도는 지난 10년 사이의 인구가 20%가량 줄었는데 그 이유가 미국으로 이주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서울대학교는 인류의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로 지구의 자전축이 1993년부터 2010년까지 동경 64도 방향으로 약 80㎝ 이동했다는 연구 결과와 지하수 개발이 해수면의 상승에 일조했다는 연구 보고서를 제출했다.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로 지하수가 원래의 위치에 있지 않고 지표면 위로 나오게 되어 바다로 흘러가고, 이는 지구 자전에 의한 원심력의 작용으로 적도지방인 남태평양의 바다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후 온난화가 극지방의 얼음을 녹여 바다의 물은 더욱더 많아지고 적도 부근의 저지대가 먼저 수몰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하수를 퍼 올리고, 화석연료를 마구 태운 대가로 적도 지방 남태평양 섬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이것은 합당하지 않다.
UN 기후변화 당사국회의(COP·Conference of Parties) 중 2015년 파리 협약(COP21)에서는 202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담은 교토의정서가 만료되어 2020년 이후의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분담하기 위해 각국의 정상들이 모여 하나의 협정서를 채택하였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해 피해를 본 기후변화 취약국은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 방지 또는 최소화에 대해 국제 사회를 향해 공통으로 대응해 주기를 주장할 수 있고 국제 사회는 이를 경청하여 해결책 마련에 일조해야 한다는 다소 모호한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대한민국도 해수면 상승에서 피해갈 수는 없겠으나 그나마 다행으로 이 순간도 집을 잃고 나라를 잃는 남태평양의 몇몇 국가 신세는 면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그 심각성을 알지 못하는 국민이 대다수인 것 같다. 비록 후 순위로 밀려 있지만, 결코 우리나라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 글을 맺는다.
정재학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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