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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
작년 11월 오픈AI의 챗GPT로 촉발된 생성형 인공지능(AI) 개발과 서비스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오픈AI에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앞서가고 있는 가운데, 검색 시장의 92%를 장악하고 있는 구글도 생성형 AI 바드를 출시하면서 경쟁에 뛰어들었다. 2008년 구글이 크롬을 내놓으며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버린 후 15년 만에 다시 인터넷 세계의 초강자의 지위를 되찾으려는 MS의 야심 찬 행보가 시작된 것이다. 두 빅테크 외에도 아마존은 자체 개발 대규모 언어모델인 타이탄을 적용한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 베드록을 발표했고, 메타와 일론 머스크도 생성형 AI 경쟁에 가세했다.
한편 챗GPT는 플러그인을 통해 외부 앱 서비스까지 연동하면서 전체 인터넷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챗GPT를 통해 원하는 답 외에도 관련된 쇼핑, 호텔 예약 등 다른 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애플, 구글의 모바일 iOS, 안드로이드 앱 생태계가 생성형 AI 앱 생태계로 변화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생성형 AI는 기존 검색 위주의 빅테크 시장에 큰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생성형 AI 부상으로 검색 시장의 핵심 가치가 검색 효율성에서 생성된 답변의 신뢰성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검색에서 정답(from search to answer)이라는 가치로 인터넷 관문의 역할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2007년 아이폰의 등장은 PC 시대에서 모바일 시대로 진입하는 첫걸음에 해당했다면 2022년 생성형 AI의 등장은 또 다른 디지털 기술혁명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생성형 AI가 경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한다. 하나는 강력한 컴퓨팅 파워와 대량의 데이터를 독점한 기존 빅테크의 지배력을 더욱 고착화할 것이라는 견해이다. 다른 견해는 오픈AI를 통한 MS의 검색시장 재도전 사례와 같이 빅테크에 대한 뉴테크의 도전을 가능하게 하여 집중을 완화시킬 것이라는 견해이다. 또한 생성형 AI에서 경쟁의 향방을 결정하는 특징적인 요소가 경쟁자원의 제한(resources constraint)이다. 그동안 디지털 기술은 개발 비용이 엄청나고 서비스 운영 비용은 크지 않았으나, 생성형 AI는 서비스 운영을 위한 클라우드 컴퓨팅 비용이나 AI 반도체 비용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프라 경쟁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어 기존 빅테크를 제외하면 사실상 의미 있는 경쟁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난 것이 경량화이다. 즉 컴퓨팅의 원칙으로 정확성(fidelity) 대신 효율성(efficiency)을 추구하는 것이다. 엄청난 비용이 드는 파라미터 대신 토큰(token)의 양과 질에 집중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것이 메타의 라마(LLaMa)이다.
이런 글로벌 경쟁 양상 속에서 한국의 선택은 무엇일까. 국내 검색의 최강자인 네이버가 올 8월24일 공개할 하이퍼클로바X는 커머스·금융·법률·교육 등 각 전문분야에 특화된 한국어 중심의 초거대 AI이다. 그 외 KT, 카카오, SK텔레콤, LG AI 연구원도 초거대 AI를 개발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 엄청난 비용을 고려하면 한국 기업이 미국 빅테크와 직접 경쟁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최근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내에 사업자 자율로 구성된 초거대 AI 협의회와 같은 협력 메커니즘을 통해 산·학·관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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