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낡은 '이념 논쟁'으로 허우적대는 대한민국 정치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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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28 18:41  |  수정 2023-08-28 18:47  |  발행일 2023-08-29
독립영웅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으로 촉발

與 "독립운동가라도 좌익 활동 있다면 문제"

野 "반역사적 반민주적 폭거…극우 본색"

광주시 추진 정율성 공원도 이념 논쟁거리
[뉴스분석] 낡은 이념 논쟁으로 허우적대는 대한민국 정치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연합뉴스
정치권이 때 아닌 '이념 논쟁'으로 시끄럽다.


광주시에서 추진하는 정율성 역사공원과 '독립전쟁의 영웅' 홍범도 장군을 놓고 여야가 설전을 벌이고 있다. 전직 대통령까지 뛰어들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지겹도록 진행된 이념 논쟁이 또다시 재연되는 꼴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경제 추락 조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정작 '낡은' 이념 논쟁의 틀에 갇혀 허우적대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이념 논쟁은 국민을 짜증나게 한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모습을 봐야 하는 지에 대한 우려도 크다. 정치권의 소모적인 이념 논쟁은 국민을 안중에 두지 않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이 국민의힘 색깔을 지웠듯, 윤석열 정부는 문 정부의 이념을 뒤집고 있다.


말과 행동이 다른 모습도 질리게 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민생'을 외치며 젊은층과 중도층 민심에 호소하고 있다. 낡은 이념을 버리겠다고 다짐하면서 행동은 거꾸로다. 중도층보다 집토끼를 잡는데 사력을 다한다. 이념 논쟁을 통해 국민의힘은 보수층, 민주당은 진보층에 호소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광주시가 지난 2018년부터 사업비 48억원을 들여 추진 중인 '정율성 기념공원' 건립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광주 출신인 정율성은 항일 투쟁을 위해 중국으로 건너간 후 중국공산당에 가입하고 북한에서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작곡한 바 있다. 국가보훈부는 광주시의 정율성 공원 조성 사업을 저지하기 위한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일제강점기 봉오동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홍범도 장군'에 대한 이념 논쟁도 불거지고 있다. 홍범도 장군이 독립운동 과정에서 소련 공산주의 세력과 손을 잡았던 전력이 있기 때문에 국방부 청사 앞과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동상을 이전하겠다는 게 국방부의 입장이다.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28일 "철거가 아니라 독립기념관 이전 문제로 알고 있다. 홍 장군은 독립전쟁 영웅인 동시에 논란도 있었던 분이다. 국방부에서 올바른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홍 장군 흉상) 철거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독립운동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우는 반역사적·반민족적 폭거"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SNS에 "국권을 잃고 만주로, 연해주로로 떠돌며 풍찬노숙했던 독립운동 영웅들의 흉상이 오늘 대한민국에서도 떠돌아야겠느냐. 그것이 그분들에 대한 예우이며 보훈이냐"고 비판했다.


홍 장군 흉상 이전 문제는 여권에서도 논란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항일 독립전쟁의 영웅까지 공산주의 망령을 뒤집어씌워 퇴출시키는 것은 너무 오버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역사 속 인물을 평가함에 친일과 좌익의 역사적 사실은 정확하게 기록하고, 그 공과 과를 균형있게 봐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의 이념 논쟁이 이래저래 불편하기 짝이 없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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