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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복공정에 대해 우리나라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과 함께 한국한복진흥원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한복진흥원 내 전시관. <한국한복진흥원 제공> |
경북 상주에 자리잡은 한국한복진흥원이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중국의 한복공정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복진흥원은 한복의 정체성 확립과 전통의 계승, 한복문화산업의 발전을 목적으로 2021년 4월 개원했다. 한복업계를 중심으로 중국의 한복공정이 한복의 정체성을 흔들고 우리의 한복문화산업을 침해하려는 의도가 다분한 상황에서 한복진흥원이 체계적 대응책에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2000년대 초 동북공정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부터 한복을 중국 전통의상이라는 주장을 펴기 시작, 2010년대 말부터는 드라마와 게임 등 여러 문화매체에서 한복을 중국 전통의상으로 왜곡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는 한 여성이 한복을 입고 중국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에는 '한복(韓服)은 한푸(漢服)에서 기원했다'는 잘못된 사실을 게재하고 있다.
중국의 한복문화공정이 계속되는 이유는 문화적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그에 대해 제대로 된 대응책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복이 우리 고유의 복식이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에 중국의 억지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의 한복에 대한 왜곡이 오래 지속되는 사이에 해외에선 한복을 중국 의상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우려가 된다. 실제 미국의 패션잡지 '보그'가 한복풍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 모델의 사진을 게재하고 '한족이 중국을 통치하던 시대의 의상'으로 설명했다. 심지어 국내 인터넷 쇼핑몰이 '중국한복 한푸' '당나라스타일 한복' 등으로 상품을 소개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일본의 끈질긴 억지 주장으로 외국에서 제작된 지도나 인터넷에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되거나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시하는 일이 벌어진 것과 다르지 않다.
한복 제작이 중국인 손으로 넘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2022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 문화진흥원이 실시한 한복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복을 제조하는 업체 수는 2010년 3천737개에서 2015년 2천666개, 2020년에는 2천99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복제조업체가 10년간 43.8%나 줄어들었다. 반면 한복소매업체는 같은 기간 1천550개에서 1천509개로 큰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2015년 1천444개로 줄어들었다가 1천509개로 5년간 4.5%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복업계에서는 이처럼 소매업체는 줄지 않았으나 제조업체가 현격히 줄어든 것에 대해 한복 수요는 크게 줄지 않았으나 해외의 공급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는 값싼 한복이 국내 한복시장을 잠식하여 한복제조업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가 한복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보니, 한복 제작 기술이 중국인 손으로 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하면 국내 한복 시장을 중국산이 점령하는 것은 물론, 한복 제조기술도 중국에 밀리게 되는 날이 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극단적인 애국주의자를 중심으로 맹렬한 한복공정이 이어지지만, 국내에서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등 소수의 지식인과 몇몇 민간단체가 나서서 이에 대응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국한복진흥원이 중국의 한복공정에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하는 이유다.
이형호 한복진흥원장은 "한복문화 창작소 조성 사업과 패션디자이너 역량강화 사업·한복한네트워킹데이 등 한복산업의 계승발전과 한복홍보·한복착용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중국의 무분별한 문화 침탈 시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한복공정에 대해 한복과 복식, 패션디자인 분야의 학자와 전문가들이 함께 한복공정에 대한 대응 논리를 정립하고 해외 홍보활동을 강화하는 등 한 차원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하수기자 songam@yeongnam.com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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