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카르텔 선언한 윤석열 정부…공공기관에 만연한 '전관 카르텔'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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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30 17:16  |  수정 2023-09-30 17:16  |  발행일 2023-09-30
도 넘은 공공기관 제 식구 챙기기



반(反)카르텔 선언한 윤석열 정부…공공기관에 만연한 전관 카르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윤석열 정부가 카르텔 혁파에 본격 나선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첫 개각을 통해 새로 임명된 부처 차관들에게 "헌법 정신을 무너뜨리는 이권 카르텔과 가차없이 싸워달라"며 카르텔 혁파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불거진 것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실 시공과 관련된 '전관 카르텔'이다.

◆총체적 부실 드러난 LH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6일 LH의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외벽 철근 누락 사태에 대해 "구조설계와 감리에 있어서 문제를 일으킨 부분은 구조 자체가 썩어있다고 봐야 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원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LH 외벽 철근 누락 긴급 점검회의'에서 "기본적인 부분에서 이런 실책이 벌어진 것을 국민이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 25일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LH가 건설 중인 공공분양 아파트 건물 외벽 철근이 대량 누락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단지에서는 전체 13개 동 가운데 4개 동의 지하 벽체 부분 6곳에서 철근이 70%가량 누락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그러나 LH는 지난 6월 말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도 입주 예정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보강 공사를 진행한 것은 물론, 본사에 보고도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 4월엔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하며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특히 무량판 공법이 적용됐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공포감은 더 확산됐다. 무량판 공법이란 대들보 없이 기둥 위에 슬래브(콘크리트 천장)를 얹는 건설 공법이다.

7월 초 건설사고조사위원회가 공식 발표한 사고 현장 점검 결과는 더 심각했다. 설계부터 감리, 시공에 이르는 전 단계에서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것.

이에 발주처인 LH는 자제 검사를 벌여 91곳 중 15개 단지에서 철근이 누락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재확인 결과 10곳이 조사 대상에서 누락되고, 5곳에 대해선 자체적으로 발표에서 제외하기도 해 도덕성 논란마저 야기했다.

이 사태의 원인으로 가장 많이 거론된 것이 전관예우다.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이 LH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철근 누락 등으로 문제가 된 16개 단지의 설계·감리에 참여한 전관 업체는 18개에 달했다. 이 업체들은 2020년 6월부터 3년간 경쟁 방식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LH 용역 77건을 따낸 것으로 밝혀졌다. 총 2천335억 원 규모다.

◆국토부도 전관예우·도덕성 논란
그러나 이를 감독해야 할 국토부 역시 전관예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공공기관 임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이후 국토부 산하 28개 기관에서 임용된 임원은 142명이었다.

이 가운데 노동이사나 당연직 임원 등 인사권이 행사된 사례가 아닌 19명을 제외한 123명을 분석한 결과, 18명은 상위 기관에서 하위 기관으로 재취업한 '전관'이었다.

도덕성도 도마에 올랐다. 박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공직자 재산등록 심사결과 통보 내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국토부 직원 11명과 LH 직원 10명이 재산등록 규정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21년 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건 이후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기 위해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는 공직자 전원에 재산등록 의무화 조치를 시행했다.

국토부의 경우 최근 2년간 '경고 및 시정조치' 건수가 25건이었으며, '과태료' 처분을 받은 건수가 11건에 달했다. 특히 국토부는 2020년(2건)과 2021년(3건)에 비해 지난해 과태료 처분을 받은 건수가 3배 이상 크게 늘어났다. LH는 최근 2년간 공직자 재산등록 위반으로 '경고 및 시정조치'를 받은 건수가 166건이었고, '과태료' 처분은 10건 이었다.

◆전관 예우·제 식구 챙기기에 혈세 '펑펑'
이는 비단 LH와 국토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감사원은 지난 20일 발표한 '출연·출자기관 경영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환경공단은 2017년부터 퇴직자들이 설립한 업체와 폐비닐 처리시설 위탁운영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 조건에 '공단 퇴직자 고용승계 보장' '고용승계에 따른 인건비는 용역원가에 반영' 등의 내용을 적시했다. 이후 공단 퇴직자의 보수 수준을 계약 예규보다 1.9배 높게 책정해 2022년까지 노무비를 70억 원가량 과다 지급했다.

또 해당 업체가 판매수입 등 공단에 지급할 금액을 정하면서 예상 판매단가를 과소 산정해 최대 37억원 적게 납부했다. 감사원은 공단이 이 업체에 최대 108억원의 재산상 특혜를 줬다고 판단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2018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직원의 가족 373명을 시험위원으로 위촉·활용하고, 수당으로 총 40억여 원을 지급했다. . 특히 직원들의 미성년 자녀 10명도 관리원 등으로 위촉돼 수당을 지급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신용보증기금은 사우회가 출자한 법인을 퇴직자의 재취업 수단으로 활용하고,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노조 운영비 6억9천만 원을 노조에 부당 지원해 복리후생비로 집행하기도 했다.

국토안전관리원은 다목적댐 등 수중조사 용역 77건을 체결하면서 입찰참가자격을 부당 제한해 담합이 의심되는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해양과학기술원은 전 장관 등 고위공직자를 연구과제의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고, 일부 위원들의 자문을 받지 않은 채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해 이를 근거로 자문료 총 1억1000만 원을 지급했다.

감사원은 "공공기관의 퇴직자 챙기기, 성과급 과다 지급, 노조 우회 지원 등 '제 식구 챙기기'가 근절되지 않고 있고 불공정 채용·특혜 계약 등 위법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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