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종진 (한국스토리텔링 연구원장) |
전 국민을 함께 울고 웃게 했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난 지 일주일여가 지났다.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국제대회를 거듭할수록 선수들과 그들을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메달 색이 달라도, 비록 순위에 들지 못해도 그동안 선수들이 흘린 눈물과 땀방울을 기억하며 대견해하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결과는 그저 따라오는 것임을 국민도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태극마크가 주는 중압감에서 벗어나 경기 자체를 즐기고 최선을 다했음에 만족해한다. 이는 단순히 세대 차이가 아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스포츠를 대하는 문화가 달라져서다. 또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것도 있다. 국위 선양을 할 수 있는 게 스포츠밖에 없었던 시절이 아니란 얘기다.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해야만 '영웅'으로 기억되는 시대는 지났다. 그보다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과 집념, 스포츠 정신, 경쟁자에 대한 존중 이런 것들에 더 환호하는 시대다.
앞으로도 변화는 계속되어야 한다. 엘리트 위주의 체육에서 생활 체육으로 천천히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할 때다. 엘리트 선수 위주의 육성 정책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불과 반세기 만에 한국이 세계 스포츠계에서 이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선수촌을 필두로 한 엘리트 육성 교육이 빛을 발휘했기 때문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국의 체육 환경이 변화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종목 편중이 너무 심하다는 점이다. 기초 종목에선 힘을 쓰지 못하고 의존도가 높은 몇몇 종목에서만 메달을 사냥하고 있다. 그렇기에 성적과 지원금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폐단과 악습이 숙지지 않는다. 더욱 다양한 종목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저변이 확대돼 새로운 선수들이 꾸준히 등장한다면 한국의 체육계는 지금보다 더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골프, 피겨, 수영 등이 좋은 사례다. 박세리, 김연아, 박태환 등 인기선수의 등장으로 저변이 확대됨에 따라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연이어 내고 있다.
특히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수영 종목은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65명의 선수가 출전해 금 6개·은 8개·동 15개를 획득하며 새로운 효자 종목으로 거듭났다. 생활체육 활성화는 보건·의료 등 사회적 비용 감소로도 이어진다.
생활 체육의 저변을 키우려면 정부 지원, 인프라 확대도 중요하지만 학교 체육부터 변해야 한다. 세계 스포츠 양대 강국인 중국과 미국의 체육 활동도 결국 학교에서 출발한다. 미국 대부분의 학교 정문으로 들어가면 '트로피' 진열대부터 보인다. 각 지역과 학교에는 항상 스포츠팀이 존재하고, 함께 모여 팀을 응원하는 것은 그들의 일상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학습에 지장을 준다고 오히려 체육 활동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라고 한다. 중국도 엘리트 체육에서 벗어나 전 국민이 체육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로지 입시에만 치중한 채 체육 시간이 '자습 시간' 또는 '쉬는 시간'으로 치부되는 한국 학교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우리도 학교에서 공놀이가 아닌 보다 체계적인 종목별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 누구나 한 종목 이상의 스포츠를 평생 즐길 수 있는 사회로 거듭나야만 한다. 체육 활동이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든다면 스포츠 강국을 넘어 보다 살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다.
박종진 (한국스토리텔링 연구원장)

박종진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