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선 농아인들···"무너진 농교육 정상화하라"

  •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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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18  |  수정 2023-10-17 16:49  |  발행일 2023-10-18 제6면
거리로 나선 농아인들···무너진 농교육 정상화하라
17일 대구 남구의 임병헌 의원 사무실 앞 '무너진 농교육 정상화'를 위한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박영민 수습기자 ympark@yeongnam.com

한국농아인협회가 지난 12일부터 '무너진 농(청각장애)교육 정상화'를 위해 전국적으로 릴레이 시위에 들어가면서 대구의 국회의원 지역사무실 12곳 앞에도 릴레이 시위가 펼쳐졌다.

청각장애인의 제1언어인 수어가 청각장애 교육현장에서 사라지고 청각장애 특수학교에서 지적장애 학생들과 함께 교육하는 등 농인의 고유성과 교육의 방향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이유다.

청각장애 특수학교의 교사들이 전혀 수어를 구사하지 못하고 음성언어와 구어 중심으로 교육이 진행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위현장에 나온 대구수어통역지원센터 직원 구가영(여·32)씨는 "현재 농인들은 전혀 모르는 외국어를 듣는 학생과 똑같다. 학교 수업에 가면 멍만 때린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청각장애 전문학교임에도 불구하고 발달장애·지적장애 등 다른 장애가 있는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문제라는 주장이다. 교사들이 농인과 다른 학생들을 같이 가르치면 맞춤형 교육이 불가능해 교육의 질도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현재 대구에도 청각장애 특수학교인 '대구영화학교'가 운영 중이다. 영화학교 또한 발달장애·지적장애 학생들과 함께 수업이 진행되고 있어 비판을 피하지 못한다.

이들은 △국립 한국수어학교 설립을 포함한 청각장애학생 교육권 보장 종합대책 수립 △농학교와 일반학교 통합교육의 청각장애 교육 실태조사 △수어 중심의 농교육 환경 조성 △특수교사 양성체계 개편·전문성 갖춘 교사 배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요구안에 대해 동의하겠다고 약속한 국회의원의 사무실 앞에서는 시위가 이미 멈췄다. 현재 대구의 국회의원 사무실 12곳 중 4곳은 시위가 멈췄으며, 나머지 8곳에서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릴레이 시위는 국정감사가 끝나는 27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농아인협회는 "무너진 농교육의 결과는 농인의 일상생활은 물론 사회활동에 있어 다양한 차별과 편견을 양산하고, 의사소통과 접근성에 많은 제약을 가져오고 있다"며 "농인과 농학생이 더 이상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고 존중받으며 살아가는데 교육이라는 기본권이 보장될 수 있게 국회의 관심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임병헌 의원실 측은 "농교육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고 공평한 교육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며 "현재 국정감사로 인해 늦춰졌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긍정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영민 수습기자 ym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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