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요한發 혁신 못 따라가면 국민의힘 미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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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14  |  수정 2023-11-14 07:01  |  발행일 2023-11-14 제23면

"당 내부에 혁신에 역행하는 사람이 있다. 말 안 들으면 매도 들 수 있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최근 잇단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작심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당 지도부와 중진,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관계자)들에게 총선 불출마·험지출마를 요구한 지 열흘이 넘도록 아무런 호응이 없자 답답한 심경을 토로한 것이다. 그럴 만도 하다. 이대로라면 인 위원장이 당 혁신의 요체로 삼은 '정치적 희생'은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 기득권에 막혀 진정성을 의심받는 혁신이라면 총선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대표적인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은 최근 SNS를 통해 자신의 외곽 조직 '여원산악회' 15주년 기념식에 지지자 4천200명이 운집한 것을 알렸다. 부산을 지역구로 둔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며 인 위원장의 불출마·험지출마 권고를 공개적으로 거부한 것이다. 김기현 대표 역시 "혁신위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불출마·험지출마는 지도부 의결 사안이 아니라고 했다. 당내 주류의 희생이 불가피한 혁신안에 거리를 두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런 분위기라면 국회의원 10% 감축, 불체포특권 포기,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공천 배제, 청년 비례대표 50% 할당 등 나머지 혁신안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국민의힘 주류 내에서는 혁신 속도조절론이 나오고 있다. 불출마·험지출마 권고는 본격적인 총선 국면으로 접어드는 내년 1월이 적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혁신을 미루려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인 위원장의 혁신안은 철저히 국민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누구라도 자기 입맛에 안 맞는다고 뭉개선 안 되는 이유다.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혁신에 실기(失期)하면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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