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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 (대구YWCA 사무총장) |
사회적 경제는 1800년대 초 유럽과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한국에서는 1920년대에도 농민협동조합 등의 형태로 시작되었으며 1997년 외환위기 전후로 크게 발전했다. 당시 높은 실업률과 고용 불안정, 빈부 격차 심화 등의 문제로 사회적 경제가 대안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후 2007년과 2012년에 각각 '사회적기업 육성법'과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사회적 경제와 관련된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사회적 경제는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기존 시장 경제와 달리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소외계층·실업·빈곤·청년유출·의료·환경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연대·협력과 민주적 의사결정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이자, 지역 내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고 촘촘한 복지시스템을 확보하는 등 지역공동체 발전과 사람 중심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의미한다.
사회적 경제의 목적은 소수의 개인이 아닌 공동체 보편의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윤 추구보다는 구성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우선시하며 자본이 아닌, 노동 중심으로 수익을 배분한다. 또한, 의사결정과정에서 구성원들의 민주적 참여를 중시하고 조직을 자율적으로 운영한다는 특징도 있다. 대개 지역 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경제활동이 지역 사회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경제 기업은 경제적인 가치와 사회적인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고 기여를 인정하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의 전문기업, 전문가로 성장해 또 다른 부분으로 넓힐 기회를 꾸준히 주는 행정을 비롯한 지원기관의 역할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경제에 대한 정책이 크게 축소되는 기조 속에 침체 국면에 처할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구시에는 219개의 사회적 기업, 209개의 소비자생활협동조합, 928개의 협동조합, 98개의 마을기업이 있는데 걱정이 절로 되는 상황이다. 최근, 경기도가 경제전망이 좋은 않은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경제 비전을 선포하고 육성, 투자, 우선구매, 프랜차이즈 등 4가지 정책방향을 수립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경제에는 국경이 없고 세계 경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주요 산업과 기업들이 세계 경제의 영향으로 인한 투자 감소, 대량 실직 등의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그에 비해 사회적 경제는 생산부터, 소비, 서비스 창출과 이용의 전 과정이 조합원에 의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독립적이고 완결적인, 지역 선순환 경제 활동이 가능하다. 경제 위기 가운데서도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사회적 경제는 이념이나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경제이고 우리 삶의 현장이다. 사람 중심의 가치, 함께 살아가는 가치를 실현하고자 교육, 돌봄, 먹거리, 의료서비스와 금융 등 공공과 시장에서 채우지 못하는 부분을 지역 주민이 구성원이 되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구성원들의 소득과 일자리를 안정화시키고 이윤을 지역사회로 다시 환원시키는 대안적인 경제 영역이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활동에 시민의 관심이 필요하다. 마케팅이 화려하지 않지만, 직접 이용해보면 제품과 서비스의 분명한 차이와 철학을 느낄 수 있다. 협동조합의 경우 출자 참여도 좋은 방법이다. 여럿이 출자하여 당사자인 나 자신은 물론 이웃과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과 서비스를 만들어갈 수 있다. 함께 생존하는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선순환 경제를 위해 대구 시민들의 참여를 기다린다.
최윤정 (대구YW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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