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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
2023년 11월8일 행정안전부 보도자료에 의하면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수는 226만명으로 전년 대비 5.8%, 2006년 대비 4배, 유학생 기준 20.9% 증가했다. 이는 전체 인구수의 4.4%로 충청남도 인구수와 맞먹는다고 한다. 대구 달성군의 제조 회사들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이제 주요 생산인력이 되었으며 농촌에는 외국 며느리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인구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대응책이든, 개방과 국제화에 의한 자연스러운 결과든 한국의 다문화 사회로의 변환은 불가항력적인 시대적 흐름으로 보인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에서도 외국인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이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통역을 부탁한다며 개인적으로 연락이 왔던 경북대학교 외국인 교수도 있었고 신분증도 보호자도 없이 응급실을 찾은 튀르키예 청년도 있었다. 이 청년으로부터 진료비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범죄자는 아닐까, 외교 문제에 연루돼서 골치 아픈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순간적으로 고민이 들었다는 주치의의 걱정 어린 고백도 기억한다. 수도권 대학들에서는 교환학생을 온 외국인이 많아 캠퍼스 곳곳에서 영어로 대화하는 풍경이 이제 일상이 되었다.
경영대학원 시절 미국 UCLA, 싱가포르 SMU 등에서 교환 프로그램으로 온 학생들과 함께 팀을 이루어 과제를 수행했던 적이 있다. Doing Business in Korea(해외 기업의 한국 진출)라는 주제로 미국의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C'를 한국에서 론칭한다는 가정하에 한국의 시장 환경, 잠재 시장 규모 추정, 타깃 소비자군 선정, 미래 재무제표 작성을 통한 미래 수익 추정을 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유교적 장유유서 정서를 가진 대기업 간부 출신의 한국인 학생과 Finance(재무) 업무를 하다 온 거침없는 성격의 어린 미국인 학생 간에 갈등도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국가에서 온 서로 다른 세부 전공과 경력을 가진 팀원들이 조화를 이루며 각자의 강점을 극대화해서 보고서를 만들어냈던 것은 값진 경험이었다.
첫 대면 자리에서 팀원들 간 통성명을 하는데 중국인 특유의 외모에 중국식 성씨였던 학생이 '나는 미국인'이라고 자신 있게 소개하는 모습에 속으로 거북해하는 내 모습을 보며 나의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순혈주의 편견을 반성하기도 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이었기에 학기가 끝나면서 모두 자국으로 돌아갔지만 이민 국가를 지향하는 나라들에서는 학위 취득과 함께 현지 취업으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구축하여 세계 각국의 우수한 인재들을 유치, 국가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학 입학에 필요한 시험(SAT, GRE 등)을 각자의 나라에서 응시할 수 있으며 시험 성적과 출신 학교 성적표(Transcript), 추천서, 자기소개서와 같은 입학 서류 또한 온라인 접수가 용이하다.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제도와 사뭇 다르다.
단일민족 역사를 가진 한국이기에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는 데 있어 진통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 그럼에도 시대의 요구에 발맞추어 교육, 의료, 고용, 비자 심사 기준 고도화 등 제반 영역에서 제도와 시스템을 역동적으로 개발해야 할 것이다. 또한 결혼 이민자의 2세 혼혈 자녀가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지 않고, 기업에서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근로자들이 서로를 동료로 인정하며 팀워크를 이끌어 내서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국민의 열린 마음가짐이 요구되는 시기다.
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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