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국민 간식 '붕어빵' 창업에 MZ세대도 가세

  •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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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14  |  수정 2023-12-13 18:15  |  발행일 2023-12-14 제6면
MZ세대 초기자본금 부담 없어 창업 쉬워

'붕어빵' 가게 위치 알려주는 앱도 생겨나

붕어빵 프랜차이즈 등장, '디저트'로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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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 황금동의 한 커피숍에서는 겨울 디저트로 크루와상으로 붕어빵을 출시했다.

지난 12일 오후 5시 대구 수성구 만촌동 한 아파트 앞 붕어빵 가게. 손님들이 길게 줄지어 있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붕어빵은 틀에서 나오기 무섭게 팔려나갔다. 붕어빵은 1개 700원. 3개 2천100원이다. 3개 2천원일 법도 하지만 100원을 깎는 사람은 없었다. 붕어빵 한 봉지를 산 김은희(66) 씨는 "애들이 학원서 오면 배고프다고 해 간식으로 붕어빵을 자주 산다"면서 "작은애는 슈크림을 좋아하는데, 슈크림을 찾는 사람이 많아 한참 동안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겨울철 대표 주전부리인 '붕어빵'의 계절이 돌아왔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붕어빵 1개 1천원'이 대세지만 대구에선 아직 1개 700원. 3개 2천원을 받는 가게들이 많다.
2019~2021년만해도 붕어빵은 3개 1천원 또는 2개 1천원이었다. 3~4년새 2배 이상 오른 셈이다. 붕어빵 가격이 오른 건 밀가루, 팥, 식용유, 우유 등 주재료 가격 상승 때문이다.

달서구 감삼동의 한 붕어빵 가게 업주는 "작년에 가스 한통이 4만5천원이었는데 지금은 5만5천원"이라며 "밀가루(반죽된 것)도 1㎏ 2천400원에서 3천원으로 600원 올랐다. 하루에 65~70㎏의 반죽을 써야 그나마 좀 남는데 그럴려면 정말 쉴새 없이 구워야 한다"고 했다.

부쩍 오른 붕어빵 가격에 '금(金)붕어빵'이라는 별명도 붙었지만, 인기는 여전하다.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이라는 신조어도 나왔고, 붕어빵 가게 위치를 알려주는 앱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사라져가던 붕어빵 가게들이 다시 눈에 띄게 늘었다. 이채로운 점은 20~30대 젊은 MZ세대들이 붕어빵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붕어빵이 포함된 통신 및 방문·노점 판매업에 종사하는 30대가 10년 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종사자는 36만 9천명으로, 이 중 30대(30~39세)가 10만5천명에 달했다. 10년 전(9만6천명)보다 8.57% 늘었다.

대구에도 MZ세대 붕어빵 사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인스타, 블로그 등 SNS를 이용해 가게를 홍보하고, 주문도 받는다. MZ세대가 붕어빵 창업에 뛰어든 것은 초기자본 부담이 적고, 큰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서다.

붕어빵 가게 창업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붕어빵 모양의 주물 틀을 사거나 임대하는 것. 대부분은 수 백만원에 이르는 틀을 직접 구매하기보다는 임대를 한다. 최근 임대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예전엔 200만~300만원의 보증료와 월 20만~30만원의 임대료를 내야 했지만, 지금은 밀가루, 팥, 슈크림 등 재료를 받아쓰면 임대료와 보증료를 안내도 된다.
붕어빵 틀 임대사업 관계자는 "붕어빵 노점이 많이 사라지면서 사용하지 않은 붕어빵 틀이 많아졌다. 사용하지 않은 붕어빵 틀을 무상임대하고 대신 재료를 납품해 거기서 이윤을 뽑아내고 있다"고 했다.

지난 10월 수성구 범어동에서 붕어빵 장사를 시작한 한 30대 업주는 "샐러드 카페를 운영 중인데, 투잡 개념으로 붕어빵 장사를 시작했다. 추울 때는 오히려 붕어빵이 더 잘 팔린다"며 "커피숍 또는 개인 가게가 있는 젊은 업주들이 가게 앞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는 '숍인숍'형태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붕어빵도 진화하고 있다. 커피숍의 우아한 디저트 메뉴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노점 대신 깔끔한 매장을 갖춘 붕어빵 전문 프랜차이즈도 생겼다. 길거리가 아닌 집앞 편의점에서도 쉽게 살 수도 있다. 황금동의 한 커피숍 주인은 "올 겨울 크루와상으로 만든 붕어빵을 새 디저트로 내놨다"며 "붕어빵이라는 친근한 이미지 덕분인지 고객들이 많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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