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신청 수순에 들어갔다. 이르면 이번 주중 워크아웃을 신청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대구지역에서 태영건설이 시공하는 공사 현장은 동구 신천동 동부정류장 후적지에서 진행하는 주상복합아파트 건립 공사다. 아직은 이렇다할 잡음없이 정상적으로 공사가 진행중이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도급순위 16위인 중견 건설사가 실제 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지역 건설업체가 협력사로 참가하고 있어 직간접적으로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수순 돌입하나
태영건설은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현재 경영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며 "상기 내용과 관련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태영건설의 반응은 이달 중순 시장에서 워크아웃설이 나오자 강력히 부인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태영건설은 지난 13일 워크아웃설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을 당시 "자구 노력을 하고 있다. 시중에 떠도는 워크아웃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한 바 있다.
이처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가능성이 반복 거론되는 이유는 PF 대출 규모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때문이라고 시장은 평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최근 낸 태영건설 보고서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보증한 PF 대출 잔액은 지난 3분기 말 기준 4조4천100억원이다. 민자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을 위한 PF 대출 보증액을 제외한 순수 부동산 개발 PF 잔액은 3조2천억원에 이른다.
이 중 상환 재원을 확보하지 못한 채 미착공 상태로 남아 있는 현장 비중이 과반정도라는 게 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3분기 말 기준 태영건설의 순차입금은 1조9천300억원, 부채비율은 478.7%다. 시공 능력 평가 35위 내 주요 대형·중견 건설사를 통틀어 부채 비율이 가장 높다고 이 보고서는 진단했다.
◆아직은 대구 공사현장엔 이상 기류 없어
27일 오전 태영건설이 주상복합아파트 공사를 진행하는 대구 동구 신천동 동부정류장 후적지를 둘러봤다. 레미콘과 자재를 실은 트럭들이 안전봉 신호에 맞춰 공사 현장으로 드나들었다. 아파트 공사장 한가운데 서 있는 타워크레인도 자재를 옮기느라 쉴새없이 움직였다. 안전모를 쓴 건설인부들도 각자 자기 일에 집중했다. 여느 공사 현장과 다를 바 없이 정상적인 모습이었다. 이 사업장은 태영건설이 대구에서 시공을 맡고 있는 유일한 건설현장이다.
대구시에 확인 결과, 이 주상복합아파트는 지하 3층 ·지상 20층 규모로 지어진다. 총 45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고 11월 말 기준 공정률은 48%다.
공사 현장에는 토목과 골조를 비롯해 3개의 지역 전문건설업체(4개 공정)가 협력사로 참여하고 있다. 지역 업체 협력사 비율이 79.5%에 이른다.
다행히 아직 까지 현장에서 공사 대금 문제가 불거진 적은 없다. 정상적으로 지급되고 있다는 얘기다.
대구 동구청 관계자는 "아직까지 공사대금 미지급과 관련해 접수된 민원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지역 협력사들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상황을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4년 11월 준공 예정인 이 아파트는 후분양 단지다. 단지 내 상가도 후분양으로 진행된다. 아직 일반에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등 계약자가 없는 만큼 개인 피해나 주민 불안감도 없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해 시공사가 변경되는 등 최악의 경우가 발생해도 개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지영 기자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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