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나이 70.5세…'추어탕' 만들며 제2의 인생 시작

  •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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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05 15:26  |  수정 2024-01-05 15:26  |  발행일 2024-01-09 제9면
남구시니어클럽 주관 노인 일자리 사업 '이천 추어탕'
현재 평균 나이 70.5세 12명이 주 15시간 근무 중
평일 점심만 장사하는데 작년 매출만 1억 9천만 원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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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11시, 남구 '이천 추어탕'의 반장 이석태(76)씨가 뚝배기에 추어탕을 담고있다.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노인 일자리'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남구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이천 추어탕'이 일자리 제공은 물론 경제성도 갖춰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5일 오전 10시쯤 방문한 대구 남구 이천동에 있는 '이천 추어탕'은 점심시간에 예약된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했다. 주요리인 추어탕을 뚝배기에 담고 동치미, 배추전 등 각종 반찬을 준비하고 있었다. 10년째 식당을 지킨 이석태(여·76) 반장은 "일이 힘들긴 해도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천 추어탕은 대구 남구 시니어클럽에서 2014년 추진한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현재 12명의 '액티브 시니어'들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평균 나이 70.5세인 이들은 2팀으로 나뉘어 한주 평균 15시간 근무한다. 이 반장은 "나이 먹고 종일 일하면 체력적으로 쉽지 않을 텐데, 시니어 일자리 사업으로 공무원들처럼 평일에만 일하니까 오랫동안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식당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운영한다. 그럼에도 꾸준히 손님들이 찾아 현재 노인 일자리 사업 중 자생력을 갖춘 사업으로 꼽힌다. 작년 매출이 1억8천714만원으로 하루 평균 매출은 60~70만 원이다. 이는 추어탕을 하루에 80그릇 이상 팔아야 하는 양이다.

직원들은 식당의 인기 비결로 '성실함'을 꼽았다. 이 반장은 매일 새벽 5시마다 식당에 나와 장사 준비를 한다. 절대 국을 센 불로 급하게 끓이지 않고, 미꾸라지를 갈 때도 기계 등을 사용하지 않고 압력밥솥에 1시간을 끓인 후 바가지로 일일이 눌러서 으깨기 때문이다. 이 반장은 "요리는 대충 만들면 티가 난다. 우리는 배추도 무조건 단 배추만 사용하는 등 재료 선정에도 신경쓴다"고 말했다.

식당을 방문한 단골 A 씨는 "여기는 배추를 푹 끓여서 만드는 것이 꼭 예전에 제 어머니가 끓이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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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11시, 남구 '이천 추어탕'에서 홀서빙을 담당하는 민태영(64)씨가 주문을 넣고있다.

이곳의 직원들은 모두 추어탕은 물론 관련된 일을 하던 사람들이 아니다. 5년째 일하고 있는 민태영(여·64)씨는 평생을 주부로 살아오다 처음 일할 곳으로 이곳을 택했다. 5년이 지난 지금은 든든하게 단골손님을 유치하는 '에이스 직원'으로 불린다. 민 씨는 "갑상선 질환 때문에 평생을 집에만 있다가 용돈 벌이도 할 겸 일을 하고 싶어서 지원했다"며 "처음에는 누구든지 잘 못한다. 하다 보면 언젠가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구 시니어클럽 관계자는 "이천 추어탕은 고물가 상황에서도 노인 일자리 사업 활성화를 위해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며 "올해는 이천 추어탕과 더불어 신규 요식업 사업으로 노인 일자리를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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