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2024 주말적 허용 - 새해부터 닥친 재난 앞에서…갈라진 땅·무너진 맘 위한 '반창고' 없나요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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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12 07:37  |  수정 2024-01-12 17:50  |  발행일 2024-01-12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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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장윤아기자

너무 빠르고 바쁜 세상, 반복되는 일상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또 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와 뉴스, 이슈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형식과 경계를 넘어서면 무엇이 보일까요. 주중에는 못다 한 이야기를 해보는 위클리포유의 코너 '주말적 허용'은 새해에도 이어집니다.

日 여행때마다 현지인 친절함에 감동
국적 넘어선 따뜻한 情 흐르는 것 느껴

이시카와현 덮친 7.6의 강진 소식 보며
그들이 겪은 아픔·슬픔 남일 같지 않아
절망 끝에 한줄기 희망 함께하길 기도


새해 첫날, 모두가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던 그때 믿기지 않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일본 혼슈 중부 이시카와현 노토 반도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뉴스를 보며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진 발생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저는 일본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머물렀던 지역은 진앙지와 다소 떨어져 있지만, 그곳에도 한때 피난 지시가 내려졌다는 소식이 연이어 전해졌습니다.

지난 연말 일본의 분위기는 참 평화롭고 포근했습니다. 마치 추석이나 설 명절을 앞둔 우리나라의 모습 같았습니다. 연말 마트나 시장에는 새해를 앞둔 활기가 맴돌았습니다. 일본의 명절 음식을 구경하거나 사는 사람들로 마트는 붐볐습니다. 마트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흘러나오며 연말 분위기를 더했습니다. 골목의 오래된 떡집 앞에도 하얗고 동글동글한 새해 떡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새해를 앞둔 며칠 전부터 일본의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은 문을 닫았지만, 사람들은 공원이나 바닷가, 쇼핑몰을 찾아 모처럼 만의 여유를 즐겼습니다. 날씨까지 한겨울처럼 춥지 않고 따뜻했습니다. 마치 봄 초입 같은 공기는 다가올 2024년에 대한 희망을 의미하는 것 같았습니다. 꽁꽁 얼었던 마음이 사르르 풀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일본에 있는 동안 변변한 지도 하나 없이 돌아다녔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곳곳에서 만난 현지인들의 친절함 덕분이었습니다. 목적지로 가던 중 길을 물어보면 그들은 영어와 몸짓으로 최선을 다해 길을 안내해줬습니다. 일본어에 서툰 외국인을 배려한 것이었습니다. 어쩌다 한두 명 친절한 것이 아니라, 길을 알려준 모든 사람이 한결같이 그랬습니다. 소박하고 저렴한 음식을 파는 작은 로컬 식당의 주인도 정말 친절했습니다. 그들의 친절함과 진지함을 나도 배워야지 생각했습니다.

가까운 나라 일본을 우린 가끔 역사적으로 먼 나라처럼 느끼기도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평범한 일본인과 한국인 사이엔 따뜻한 정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물론 제가 보고 느낀 것이 한 나라의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겪은 그 단편적 기억도 그곳을 설명하는 중요한 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좋은 기억을 준 곳에서 새해 벽두부터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직접적으로 지진을 겪은 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재난은 나라를 가리지 않는 것이니까요.

저 역시 살면서 두세 번 크고 작은 지진을 경험했습니다. 가장 크게 지진을 감지한 것은 대학생 때인데, 건물이 좌우로 흔들리는 그 불쾌한 느낌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가 않습니다. 잠깐이었지만 큰 공포였고, 지금도 한 번씩 그때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트라우마'이겠지요. 그래서인지 뉴스 속에서 이번 지진의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일본 어르신의 떨리는 목소리가 더 남 일 같지 않고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새해부터 세상에 닥친 큰 재난, 재난 이후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 상처를 주기도, 실망을 하기도 하고, 또 뒤늦게 뼈 아픈 교훈을 얻기도 합니다. 그런 이야기들은 '간접 체험'으로도 가능하겠지요.

하지만, 직접 재난을 겪은 이들, 가족과 친구를 잃은 이들의 슬픔과 고충은 쉽게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행복해야 할 새해 첫날부터 소중한 일상을 위협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요.

그래서, 조심스레 공감과 위로를 전해봅니다. 지난해부터 연재된 위클리포유의 기획 기사 제목인 '끝은 또 다른 시작'처럼, 절망 끝에 한줄기 희망이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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