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 김태오 회장 무죄' 재판 쟁점은…법원 "뇌물 줬으나 '국제 상거래' '횡령' 아니다"

  • 민경석,이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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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10 19:44  |  수정 2024-01-11 07:22  |  발행일 2024-01-11

 

DGB 김태오 회장 무죄 재판 쟁점은…법원 뇌물 줬으나 국제 상거래 횡령 아니다

대구은행의 캄보디아 현지 자회사인 DGB SB가 '상업은행 면허' 취득 과정에서 현지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등 4명이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들을 기소하면서 브로커(에이전트)를 통해 금품이 전달돼 처벌할 수 있다며 '외국 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을 처음으로 적용했지만, 결과적으로 입증에 실패했다.

 


DGB 김태오 회장 무죄 재판 쟁점은…법원 뇌물 줬으나 국제 상거래 횡령 아니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10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법원에서 열린 '캄보디아 로비자금 교부 혐의'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국제 상거래법 위반 여부
이번 재판의 첫 쟁점은 DGB SB가 현지 에이전트에게 건넨 350만달러가 상업은행 전환을 위한 뇌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검찰은 당초 국내 은행인 대구은행이 캄보디아 중앙은행 등 현지 정부를 상대로 한 국제 상거래에서 뇌물을 건넸다는 이유로 김 회장 등을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피고인들은 자회사가 소재한 국가의 후진적인 문화에 따라 조직적으로 현지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하려고 함으로써 대구은행과 대한민국의 신뢰도를 떨어뜨렸고, 재판에 참여한 직원들의 진술을 번복하게 했다"며 김 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82억원을 구형했다.

 


이에 재판부는 DGB SB가 외국 공무원에게 금품을 건넨 사실과 돈을 받기로 한 현지 중앙은행 부총재가 상업은행 전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국 공무원'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상업은행 인가를 얻고자 한 행위를 국제 상거래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DGB SB와 캄보디아중앙은행은 현지 법인과 정부의 관계이지, 한국 기업과 캄보디아 정부의 관계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또 "상업은행 전환은 캄보디아 중앙은행으로 하여금 금융기관에 대한 인허가를 구하는 절차일 뿐 '국제 상거래'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만약 이를 상거래로 본다면 법 규정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금지된 유추해석이나 확장 해석에 해당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또 다른 쟁점 '횡령'
법원은 또 검찰이 제기한 특정경제범죄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 판결을 내렸다. 당초 검찰은 이들이 부동산 매매 대금으로 300만 달러를 브로커에게 전달했지만, 실상은 여기에 로비 자금도 포함돼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김 회장 측은 앞선 결심공판에서 해당 사건은 현지 에이전트의 사기극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 회장의 변호를 맡은 권순탁 변호사는 "수사기관이나 법정에 노출되는 정보를 진실이라고 확신해선 안 된다"며 "현지 자회사 부행장이 불법적인 일을 저질렀다기보다는 승진하려는 의지로 무리수를 두다 보니 에이전트에게 사기를 당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를 외면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김 회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이 공모해 DGB SB의 상업은행 전환이 아니라 개인적 용도로 착복할 목적으로 상업은행 전환 비용 300만 달러를 교부해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횡령 행위를 했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지 에이전트에게 로비 자금을 지급하는 데 있어 피고인들이 개인적으로 취득한 금원도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회장 변호인 측은 10일 입장문을 통해 "검찰의 기소로 관련자들에게 많은 많은 시간적 정신적 고통을 준 점은 매우 안타깝다"며 "검찰은 지금이라도 이번 재판부가 내린 현명한 판단을 존중하고 더 이상 여러 사람들이 고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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