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우리 아이가 들어간다면"…아찔한 무인성인용품점 청소년 무방비 노출

  •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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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14  |  수정 2024-02-13 17:26  |  발행일 2024-02-14 제8면
인증 절차 없이 누구나 입장 가능

청소년들이 쓸 법한 메모 발견되기도

자유업이라 출입 제한에 한계 있어
혹시 우리 아이가 들어간다면…아찔한 무인성인용품점 청소년 무방비 노출
지난 7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인근 주점가에 있는 한 무인성인용품점. 신분증 확인 절차 없이도 출입이 가능하다.
혹시 우리 아이가 들어간다면…아찔한 무인성인용품점 청소년 무방비 노출
지난 12일 대구 수성구 두산동에 있는 한 무인성인용품점 앞. 인근 350m 거리에 초등학교가 있어 이 업소는 어린이보호구역 주변에 위치했다.

대구 도심에 무인성인용품점이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다. 별다른 성인 인증 절차 없이 누구나 출입할 수 있어 청소년에게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하지만, 자유업이어서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11시 30분 대구 수성구 두산동에 있는 한 24시 무인성인용품점. '입장 안내'라고 적힌 팻말에는 각종 신분증 인증을 거친 후 출입 가능하다고 적혀 있었지만, 이와는 달리 문을 열자 바로 입장이 가능했다. 아무런 인증 절차 없이 들어간 매장 내부에는 아무도 없었고, 성기 모양을 형상화 한 각종 자위·피임 기구 등 성인용품 100여 가지가 진열돼 있었다. 일부 진열대에는 모델이 적나라한 자세로 찍은 사진들도 붙어 있었다. 이 업소와 불과 350m 거리에는 초등학교가 위치했다.

같은 날 찾은 다른 업소도 사정은 비슷했다. 동구 동대구역 인근 주점가에 있는 한 무인성인용품점 내부에 진열된 각종 성인용품들은 통유리를 통해 밖에서도 훤히 보였다. 출입문에 '19세 미만 출입 NO' 'CCTV 감시 중'이란 문구가 적혀 있었지만, 이곳 역시 잠금장치가 없어 성인 인증 없이 아무나 들어갈 수 있었다.

현재 대구에는 10여 곳의 무인성인용품점이 운영 중이다. 무인성인용품점 인근에서 장사를 하는 A씨는 "이 골목에만 무인성인용품점 2곳이 생겼는데, 그 중 한 곳은 개업한 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혹시 우리 아이가 들어간다면…아찔한 무인성인용품점 청소년 무방비 노출
지난 12일 대구 수성구에 있는 한 무인성인용품점 내부에는 각종 메모가 붙어 있었다.

문제는 무인성인용품점이 어떠한 제재도 없이 누구나 출입할 수 있게 운영되고 있어 청소년들의 출입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 무인성인용품점 안에는 청소년 커플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포스트잇 메모가 여러 장 보였다.

주민 백모(여·23)씨는 "성 관념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청소년들이 이런 시설을 접하게 되면 성관계를 재밋거리로만 여기고 더 자극적인 걸 원하게 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혹시 우리 아이가 들어간다면…아찔한 무인성인용품점 청소년 무방비 노출
지난 7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인근에 있는 한 무인성인용품점은 성인 인증 없이 출입이 가능했다.

청소년 보호법에 따르면 성인용품은 청소년 유해물건으로 분류돼 이를 판매·대여 또는 이용하는 업소엔 청소년의 출입·고용이 불가하다.

하지만 무인성인용품점은 신고나 등록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업이어서 청소년들의 출입까지 단속하는 손길은 미치지 않고 있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무인성인용품점은 자유업으로 분류해 개업할 때 구청 허가를 받지 않는다"며 "청소년 출입에 대해서도 제한하는 데 법적으로 한계가 있다. 청소년이 구매한 정황을 발견할 경우 단속한다"고 말했다.

도기봉 대구청소년성문화센터장은 "청소년들에게 성 가치관과 태도가 정립되기 전에 무분별하게 접한 성 도구는 성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이로 인해 성 충동 및 왜곡된 성인식을 가질 수도 있다"며 "청소년들의 무인성인용품점 출입을 막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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