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또 누군가 죽어야 끝나는 것인가

  • 김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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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9  |  수정 2024-02-29 07:03  |  발행일 2024-02-29 제22면

[취재수첩] 또 누군가 죽어야 끝나는 것인가
김태강기자〈사회부〉

이강인. 대한민국의 축구선수다. 최근 소속팀과 대표팀 내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며 대한민국 차세대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승승장구만 할 것 같았던 이강인의 축구 인생에 최근 큰 고비가 찾아왔다. 대한민국 최고의 축구 스타이자 주장인 손흥민과 갈등을 일으킨 것이다. 순식간에 '9살 많은 주장에게 대든 싸가지 없는 선수'가 돼 버린 이강인은 그동안 팬들에게 받아왔던 사랑만큼 질타를 받았다.

이강인의 행동은 분명 잘못됐다. 축구는 팀 스포츠다. 대회를 하루 앞두고 주장이 단합하는 시간을 가지자고 한 것은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아직 명확히 확인된 사실은 없지만, 들리는 이야기를 종합했을 때 이강인은 단체 생활에서 하면 안 될 행동을 했다. 특히, 선후배 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에서 9살 많은 주장에게 대드는 듯한 모습은 국민 정서상 아직 받아들이기 힘들다.

하지만 비난은 도를 넘었다. 갈등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후 이강인의 SNS에는 입에 담기 힘든 '악플'이 쏟아졌다. 이강인의 행동에 대한 비판보단 원색적인 비난과 조롱이 가득했다. 심지어 이 사건과 관련이 없는 이강인의 친누나의 SNS에도 악플이 달렸다. 지난 몇 년간 악플로 인해 많은 유명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발생했지만, 우리 사회는 달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악플은 포털사이트에서 개인 SNS로 무대를 옮기는 등 더 진화하고 있다. 자신의 하루를 공유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공간이 누군가를 비난하고 자신의 화를 푸는 공간으로 전락한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또 다른 안타까움은 언론에 향한다. 논란이 있을 때마다 언론은 논란의 당사자에 대한 기사를 쏟아낸다.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 사실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고, 사소한 가십성 뉴스에 '단독'을 붙여가며 대중의 관심을 끈다. 진실을 추구하고, 자본과 권력을 견제해야 하는 언론이 그저 힘없는 유명인을 질타하는 데 힘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닌지 언론인으로서 부끄럽고 안타깝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마라'는 말이 있다. 적당한 비판은 사회와 개인의 발전에 필요하지만, 비난은 그 누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감정 섞인 비난보단 건전한 비판과 격려가 넘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김태강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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