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국가대표 이강인에 기대한다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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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20 06:56  |  수정 2024-03-20 06:57  |  발행일 2024-03-20 제26면
이강인, 결국 국가대표 발탁
'탁구게이트'로 하극상 논란
오타니 계획표의 마음 챙김
K리그 주민규의 겸손 보며
국가대표의 간절함 배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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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설 체육팀장

포털 검색창에 '하극상'을 입력했더니 한 축구선수의 기사가 쏟아진다. 불과,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 직전까지 '슛돌이'란 애칭으로 압도적 사랑을 받던 이강인 이야기다. 격세지감이 있다.

황선홍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대표팀 명단에 이강인을 포함시켰다. 임시감독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으리라 짐작이 된다. 실력으로 보자면 이강인의 국가대표 발탁은 당연하다. 대신, 황 감독은 '실력으로 속죄하라'는 미션을 내렸다.

축구팬들의 공분을 의식해서일까. "운동장에서 일어난 건 운동장에서 풀어야 한다"고도 에둘러 설득했다. 하지만 이강인 사태는 운동장에서 벌어진 일이 아닌 만큼 운동장에서 풀어내긴 어려울 것이다. 물리적 충돌은 4강전 전날, 선수들이 저녁식사를 하던 식당에서 발생했다. 국가대표 이강인은 아홉 살 많은 주장에 대들었다. 맞짱을 떴다. '국대'라는 로열티가 그렇게 가벼운 일이었나. 화가 안 풀렸는지 경기에서 패스를 주지 않는 대담함까지 연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11명이 유기체가 돼 움직여야 하는 축구에서 이는 퇴출의 명분으로 모자람이 없다는 게 상식이다.

축구팬들은 그가 일으킨 하극상에 상처를 받았다. 국가대표라는 무게를 우습게 본 젊은 선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강인은 손흥민 주장과 맞짱을 떴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주장들을 발끈하게 만들었다. 후배들에게 때때로 상처받는 어른들의 마음마저 건드렸다면 과한 해석일까. 실력자의 인성, 태도, 예의는 이토록 중요한 것이다. 어쨌거나 그 상처는 아직 봉합되지 않았다.

'현역 최고 야구 스타' 오타니 쇼헤이. 그가 최근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개막전을 위해 입국하자 야구팬들이 난리가 났다. 일거수일투족이 화제의 중심이다. 그는 10년 연봉 7억달러(약 9천324억원)의 미국 프로 스포츠 역대 최고 대우를 받는 선수다. 100년 넘게 프로에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였던 '투타겸업'을 이룬 주인공이다. 겸업의 경지는 완벽에 가깝다. 2018년 메이저리그에 진출, 신인왕을 차지했다. 3년 뒤, MVP까지 거머쥐었다.

오타니는 모나지 않은 인성으로 팬들의 사랑을 더욱 끌어들인다. 일본에서는 한때 이른바 '오타니 계획표'가 유행한 적이 있다. 다음은 그가 계획표에 적은 문구들. 쓰레기 줍기, 인사하기, 물건을 소중하게 쓰기, 심판을 대하는 태도…. 그는 "누군가가 버린 운을 줍는다는 생각으로 구장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다"고도 했다. 야구 기술에만 천착할 줄 알았던 슈퍼스타는 인간성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내면까지 챙겼다.

K리그에서 활약 중인 울산 주민규 선수는 이번에 33세라는 역대 가장 많은 나이에 처음으로 국가대표팀에 뽑혔다. 국내 최고의 공격수로 활약하며 숱하게 물망에 올랐지만 번번이 외면받은 끝에 승선했다. "그동안 상처도 많이 받았다"고 담담히 고백한 주민규는 "막내란 생각으로 '머리 박고' 열심히, 진짜 간절하게 할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이 한마디에 많은 팬들의 가슴이 뭉클했으리라. 국가대표는 그런 '간절한'자리여야 한다. 당연한 자리가 돼선 안 된다. 이번 논란으로 스물세 살 이강인도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다. 이강인 국가대표의 간절한 모습을 기대한다.

이효설 체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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