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9일까지도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대구 한 대학병원에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총선 직후 예고됐던 의료계 합동 기자회견이 잠정 취소됐다. 정부가 '의대 증원 관련 통일된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대한의사협회 내부 갈등에다 전공의 비상대책위원회까지 이견을 보이는 분열로 의정 협상이 시작하기도 전에 삐걱대는 분위기다.
김성근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은 9일 브리핑에서 "이번 주 기자회견은 어려울 것 같다"며 "가능하면 모든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내용을 들려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 주 목·금요일에는 시기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의료계 의견을 하나로 모아 말씀드리는 형식과 관련해 지난 비대위 회의에서는 합동 기자회견으로 결의했지만, 다음 회의 때는 변화할 수 있다"며 "직역 따라 입장이 다를 수 있고 (합동 기자회견 성사 여부를) 기다려주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 측이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 퇴진을 요구하는 등 내부 불협화음이 심해진 상황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전날 비대위에 공문을 보내 "의도와는 달리 비대위 운영 과정에서 당선인의 뜻과 배치되는 의사 결정과 대외 의견 표명이 여러 차례 이뤄졌고, 이로 인한 극심한 내외의 혼선이 발생했다"며 임 당선인이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김택우 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발표하고 "본 비대위에 주어진 활동 기간은 4월 30일까지로 길지 않은 시간이 남아 있다"며 "저에게 주어진 시간까지 전 회원의 뜻을 받들어 비대위원장의 소명을 다할 것"이라며 임 당선인 측의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또 "임 당선인은 현재 비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비대위 회의 석상에서 발언한다면 충분히 반영될 수 있으나 보도 자료를 통해 의사를 밝히고 있는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의료계 합동 기자회견과 관련해 의협 비대위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전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 홍보위원장은 "박 위원장이 비대위 회의에서 합동 기자회견 발표에 반대 의견을 내지는 않았다"면서 "대전협 내부에서 시기상조라는 논의가 나왔을 수 있고, 그래서 그런 의견을 남긴 거라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가 통일된 의견임은 분명히 했다. 김 홍보위원장은 "정부가 협상 과정에서 숫자를 제시할 수는 있겠지만 의료계의 통일된 안은 '원점 재논의'"라며 "합동 기자회견을 연다 해도 숫자를 발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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