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도 경주서 김남덕 사진전...'고려인·고려사람·카레이츠'

  • 송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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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19 10:09  |  수정 2024-04-19 10:14  |  발행일 2024-04-19
20일부터 1개월간 고도 경주서 역사적 애환 담긴 사진
김 작가 "고향을 찾은 카레이츠를 위로하는 시간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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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덕 작가가 20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경주시 성건동 밋업 커피하우스에서 '고려인·고려사람·카레이츠' 사진전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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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덕 작가가 20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경주시 성건동 밋업 커피하우스에서 '고려인·고려사람·카레이츠' 사진전을 개최한다.

고도(古都) 경주에서 우리 민족의 역사적 애환이 서린 사진전이 열린다. 

 

강원일보 편집국 사진영상 담당 부국장인 김남덕 작가가 20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경주시 성건동의 밋업 커피하우스에서 14번째 개인전인 '고려인·고려사람·카레이츠' 사진전을 개최한다.

한국 사람들은 '고려인'이라고 부르지만, 고려인은 자신들을 '고려사람'이라 말한다. 러시아 말로는 '카레이츠(Корейцы)'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2013년부터 러시아 연해주에서 만난 고려인 촬영부터 지난해 경주에서 만난 고려사람까지 긴 호흡으로 만들어졌다.

고려인은 1860년 무렵부터 1945년 8월 15일 해방 전까지 농업 이민, 항일 독립운동, 강제동원 등으로 현재의 러시아와 구소련지역(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우크라이나·키르기스스탄·투르크메니스탄·타지키스탄 등)으로 이주한 이와 그 친족을 일컫는 말이다.

폭압적인 스탈린 정권에 의해 1937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된 뒤에도 고려인들은 강인한 생명력으로 삶을 일궈왔다. 열차에 실려 허허벌판에 내던져졌지만, 고려인들은 중앙아시아의 척박한 땅을 개척해 벼농사와 목화 농사를 지으며 빠르게 정착했고, 모범적인 고려인 집단농장(콜호스)을 탄생시켰다.

1960년대까지 인구 30여만명이던 고려인 사회는 주로 농업 분야에서 약 200명의 사회주의 노동 영웅을 배출했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며 상당수 고려인이 러시아의 극동 지역인 연해주로 재이주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으로 귀환하는 고려인 동포가 많아졌고, 2010년대 중반부터는 해마다 그 수가 대폭 늘어나고 있다. 출입국 통계에 의하면 국내 거주 고려인은 2020년 4월 기준 8만5천72명이며, 국가별 비중은 우즈베키스탄 46%, 러시아 33%, 카자흐스탄 15%이다. 2024년 20만 명이 넘는 고려인이 고국에 정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경주를 비롯해 경기도 안산, 충남 아산, 인천, 광주 등에 거주하며 경주시 '성건동', 안산 '땟골마을', 광주 '고려인마을' 등에 집단 거주하고 있다.

고려인은 170여 년 동안 삶과 운명을 공유하면서 생긴 끈끈한 공동체 의식이 강하다. 모든 고려인은 한 가족이자 형제라고 생각하며 산다.

특히 경주 성건동에는 5천명(등록 기준)이 넘는 고려인들이 살고 있다.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사진으로 기록했다. 러시아 극동연방대 한국학과 소속이면서 중앙대 연구교수로 한국에 와 있는 바짐 아꿀렌꼬 교수가 동행해 통역과 역사적 배경을 부연해 주었다.

김남덕 작가는 "나라가 힘을 잃어 국민의 생활을 돌보지 못한 아픈 역사가 있었고, 살아남기 위해 고향을 떠나 국경을 넘은 지 160년이 지났다"며 "고려사람들은 고단했던 삶의 여정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시가 먼 길을 돌아 조상들의 고향을 찾아온 카레이츠를 위로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한편 자연과 사람을 주제로 순간순간을 기록해 온 김 작가는 2022년 춘천시민 114명의 펀딩을 '와유산수'라는 미술 여행 사진집을 내기도 했다.


송종욱기자 sj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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