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위기경보 '심각' 단계 때 외국 의사 의료행위 허용…대구 의료계 반발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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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08 18:09  |  수정 2024-05-08 18:12  |  발행일 2024-05-09 제6면
보건복지부 8일 개정령안 입법 예고
대구지역 의료계에선 "막장" 불만 토로
부산의대 증원안 부결에 교육부 시정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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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한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주요 상급종합병원의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다. 대구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영남일보 DB>

정부가 보건의료 위기 '심각' 단계가 되면 외국인 의사들도 한국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꾼다. 외국 의사 면허를 가진 인력으로 의료 공백을 메우겠다는 복안인데, 의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8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의견 제출 기한은 오는 20일까지다. 이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바로 공포·시행할 수 있다. 의사 집단행동이 계속될 경우 조기에 외국 의사들의 의료 행위를 허용할 가능성도 있다.

개정령안에 따르면 보건의료와 관련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심각단계의 위기 경보가 발령된 경우, 외국 의료인 면허 소지자도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19일 의대 2천 명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병원에서 이탈하자 같은 달 23일 보건의료 재난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끌어올렸다.

정부가 의료 공백 장기화로 인한 우려가 커지자 비상 진료 체계에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들을 동원하는 방안을 법제화하려는 것이다. 복지부는 "보건의료 재난 위기 상황에서 의료인 부족으로 인한 의료공백 대응을 위해 외국 의료인 면허를 가진 자가 복지부 장관 승인을 받아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려는 것"이라며 개정 이유를 들었다.

이에 대해 대구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 개원의는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가 수련 기간을 채워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 불과 일주일 정도 밖에 남지 않았는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외국인 의사라니, 한편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개원의는 "외국인 의사가 과연 얼마나 한국에 올지 궁금하다. 정서가 다르고 언어 소통도 한계가 있는 외국인 의사에게 환자들이 자신의 몸을 맡을 순 없을 것"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의과대학 정원이 늘어난 32개 대학 가운데 울산대, 조선대 등 12곳이 증원을 위한 학칙 개정을 마쳤다고 밝혔다. 아직 학칙을 개정하지 못한 대학에 대해선 법령 범위 내에서 개정이 이뤄지는지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지역 국립대인 △경북대 △강원대 △경상국립대 △부산대 △전북대 △충남대 △충북대 등 7곳은 학칙 개정을 진행 중이다. 사립대인 △가천대 △가톨릭관동대 △건국대 △건양대 △계명대 △성균관대 △순천향대 △아주대 △연세대 △인제대 △인하대 △차의과대 등 12곳은 학칙 개정을 마치지 못했다.

부산대는 이날 임시 처·국장 회의를 개최해 전날 교무회의에서 부결된 의대 증원 관련 학칙 개정안의 재심의를 교무회의에 요청하기로 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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