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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대구 남구 대명동 별을 만드는 사람들 강의실에서 가수 '범키'가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
14일 오후 1시쯤 대구 남구 대명동 '별을 만드는 사람들' 강의실. 가수 범키(본명 권기범)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직업과 꿈 이야기를 청소년들에게 전했다. 이 강의에 참여한 학생들은 학교 부적응, 학교 밖, 학교 폭력 가·피해, 소년보호처분, 소년원 출원 등 이른바 '위기 청소년'이다.
범키가 이들 청소년에게 직업과 꿈을 묻자 학생들은 '사회복지사' '경찰' 등 저마다 꿈꾸는 직업을 말했다. 이에 범키는 "꿈을 꿀 때 '왜'라고 묻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꿈은 동사형이어야 한다"며 "그러지 못했던 저는 원래 꿈이었던 '1위 가수'가 되었을 때 가장 어두운 시절을 보냈다"면서 강의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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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대구 남구 대명동 별을 만드는 사람들 사무실에서 가수 '범키'가 영남일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그는 "미국에서 방황하면서 살다가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 한국으로 넘어와 가수를 했다. 가수가 되니 자연스레 '1위'가 유일한 목표이자 꿈이 됐다. 문제는 꿈을 이뤘을 때였다. 그때는 일명 힙합 씬에서 얘기하는 돈, 명예, 여자가 인생의 전부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행복은 오래 가지 않더라"며 "결국 내가 이 일을 왜 하는지, 이 일을 통해 어떤 의미를 추구하는 지 알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범키는 "미국에 살던 청소년 시절부터 '문제아'라고 불리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았다. 그때 느낀 건 청소년 시절 일어나는 문제는 주변 환경의 문제이지 사람이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곳에는 그때 봤던 친구들과 비슷한 친구들이 많아 어른으로서, 또 선배로서 한 명이라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강의가 끝난 뒤 한 학생은 "학교에 다니다가 잠깐 쉬게 됐을 때 후회가 많았다. 하지만 여기 와서 학교에서 오히려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범키는 지난 2018년 이 단체를 소개하는 한 다큐멘터리를 본 뒤 직접 연락을 취해 별을 만드는 사람들과 인연을 맺었고, 7년째 이어가고 있다. 또 대구지역 내 열악한 환경으로 학업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돕는 '함께 장학회'의 대표로도 활동 중이다.
심규보 별을 만드는 사람들 대표는 "학생들이 꿈을 펼치는 것을 돕기 위해 되도록 다양한 직업인을 불렀는데 많은 분이 도와줬다. 학생들이 더 큰 꿈을 꾸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별을 만드는 사람들'은 2014년 대구에서 설립된 비영리단체로 주로 위기 청소년과 뇌전증 학생에게 교육·심리·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부턴 매월 학생들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다양한 직업군의 강연자를 초청해 '직업인 특강'을 열고 있으며, 유튜브 크리에이터 박위(위라클), 김지호 핸즈커피 대표, 이동용 골프선수 등이 강연했다.
글·사진=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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