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은 작 |
"아련한 기억 너머 자리한 미지의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
갤러리 CNK는 오는 7월13일까지 전재은 작가의 첫 대구 전시로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읽어 온 언어 : A language I've been reading since childhood'展(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여러 층위의 질감 위에 나열된 오브제들을 통해 새로운 장소에 대한 사유를 담아낸 작품 2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명 처럼 전 작가의 작품은 일상의 '언어'를 변환한다. 그는 작업에 나서기 전 '시(詩)'와 같은 문학적 표현과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문장을 먼저 쓰고, 그 문장이 품은 풍경을 화폭에 담아낸다. 작품 내용은 장소에 대한 사유가 주를 이루는데, 기억과 상상 속 장소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해 눈길을 끈다.
전재은 작 |
어린 시절 기억 속 장소, 오래된 마당이나 서랍, 동백·목련 나무가 서 있던 곳 등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작품 속에서 풀어냈다. 손에 잡히지 않는 미지의 공간에 대한 동경을 드러내면서도 관람객으로 하여금 '제행무상(諸行無常)'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실을 늘어뜨린 그의 작품들도 특별하다. 여기에는 '현실의 공간에서 비가 내리듯 실이 흘러내린다면 어떨까'라는 전 작가의 상상력이 담겨 있다. 작품 아래로 흘러내린 실들은 마치 상상과 현실 세계를 잇는 안테나 같은 느낌으로 초현실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지난 17일 갤러리CNK를 찾은 전재은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
전 작가는 "바느질을 회화에 자연스레 녹이는 데만 20년의 세월이 걸렸다. 전시작들은 화면 위에 밀도 높은 물감을 중첩한 후 그 위에 천과 실을 올린 것인데, 강한 물성을 품은 천과 실 작업을 캔버스 위에서 진행하는 과정이 녹록치 않았다"면서 그간의 작업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학원 시절 첫 개인전 때부터 무언가를 모방하거나 사실적으로 그리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질료나 재료를 쌓아가는 것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물감을 올린 후 천을 덧대기 시작했다. 작업을 거듭하며 바느질 자체가 언어가 된다는 느낌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갤러리 CNK 관계자는 "전재은 작가의 최신작으로 구성되는 이번 전시를 통해 기억 속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아련한 감정들과 마주하는 사유의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밝혔다.
글·사진=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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