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 계단 깎은 아파트, 일주일 전 점검선 '우수' 평가 받았다?

  •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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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23  |  수정 2024-05-22 17:02  |  발행일 2024-05-23 제8면
지난 10일 市 주관 점검서 '피난계단실 보완 우수' 평
입주예정자들 "중대한 하자 무시한 요식행위 점검"
대구시 "일부 하자는 전문위원이 놓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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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점검 후 보고된 '대구시 공동주택 품질점검 결과서' 중 일부.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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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대구 달서구 본리동의 한 신축아파트 시공사가 법정 기준 높이를 맞추기 위해 계단을 깎아 논란이 일었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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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서구 본리동의 한 신축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은 지난 15일 사전점검 현장에서 누수 하자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독자 제공

대구 달서구 한 신축아파트에서 법적 기준을 맞추기 위해 계단을 깎아 논란이 일고 있는데, 대구시의 사전 품질점검에서 해당 계단이 '우수' 평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입주 예정자들이 부실 점검을 주장하고 나섰다.

22일 영남일보가 입수한 '대구시 공동주택 품질점검 결과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0일 이 아파트를 상대로 품질 점검을 실시하고 모두 82건을 지적했다. 하지만 논란이 된 계단실 높이 등 중대 하자에 대해선 지적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난 계단실 보완을 우수사례로 꼽았다.

품질점검 결과서에는 타일 탈락, 도장, 페인트, 난간 흔들림 등 비교적 보수가 쉬운 하자들이 지적됐다. 시공 총평에는 '협소한 공간에 공사 관리하느라 수고했음' '계획한 대로 공사가 적정히 이뤄졌다고 판단됨' '전체적으로 조경식재와 시설물의 품질이 좋고 시공 완결성이 대단히 좋음' 등 호평이 잇따랐다.

이 아파트 시공사는 지난 18일 피난계단 층간 높이를 규격에 맞추기 위해 계단 하나하나를 16㎝가량 깎아냈다는 의혹을 받았다. '건축물의 피난 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계단실의 층과 층 사이 높이는 2.1m 이상이어야 하는데, 일부 층의 높이가 1.94m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공사는 늦은 밤에 계단을 깎는 공사를 진행했다. 이를 발견한 입주예정자들이 반발하자 시공사 측은 문제가 된 계단을 철거한 후 재시공을 진행 중이다.

입주예정자들은 앞서 대구시가 진행한 품질평가에서 계단실 층간 높이, 누수 등에 대한 지적이 없었던 것을 문제 삼고 있다. 문제의 계단 높이는 지난 15일 진행된 사전점검에서 입주예정자들이 직접 찾아냈다.

이에 대구시는 "문제가 된 계단 층은 계단실 중 일부이기 때문에 전문위원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평가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해당 품질점검에서 지적된 사항들은 달서구에 이관돼 오는 30일로 예정된 준공승인 사용검사의 평가항목에 반영된다.

한 입주예정자는 "전문위원들이 하루 만에 아파트 전체를 둘러본 후 당일 보고서 작성까지 마쳤다. 일반인도 단번에 알아보는 하자를 전문가들이 발견하지 못했다는데 말이 되느냐"며 "요식행위에 가까운 허술한 점검을 믿을 수 없고, 안전이 우려될 정도의 중대한 하자를 관할 지자체가 무시했듯이 이달 말 예정된 준공 검사에서도 안전이 뒷전으로 밀리지 않을 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달서구 관계자는 "법·안전 등에 대한 문제가 있으면 준공승인을 내주지 않는 게 원칙이다. 입주예정자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하자 보수에 나설 것을 시공사 측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은 수차례 집회 등을 열고 준공 연기 혹은 전면 재시공을 요구하고 있다.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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