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퐝여행 레시피-포항을 즐기는 10가지 방법] (6) 철(鐵)로 쓴 역사, 포스코 코스

  • 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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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6-27  |  수정 2024-06-27 08:44  |  발행일 2024-06-27 제14면
53·333·1538…들르는 곳곳 숫자로 드러낸 '철의 자부심'
영일만이 내려다보이는 환호공원 꼭대기에 스페이스 워크가 처음 불을 밝혔을 때, 누군가는 심해에서 올라온 문어 괴물이라 했고, 누군가는 대왕 거미가 산을 넘어온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지구를 침공한 우주 괴물이라고 했다. 저도 모르게 광대를 부풀리며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즐거워했던 수백만의 사람들이 이후 스페이스 워크를 걸었다. 바다와, 도시와, 저 영일만 너머 포스코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까지 훤히 보였다. 사람들은 하늘과 바람 속에 있었고 세계는 발아래에 있었다. 그때 사람들의 얼굴에서 본 것은 단순한 즐거움만이 아니었다고 기억된다. 그것은 어떤 뿌듯함과 자신감이라 할 수 있는 감동이었다.

◆우주를 걷는 철(鐵)의 길, 스페이스 워크

포스코 기획·제작·기부 랜드마크
스페이스 워크 전체 길이는 333m
포항 상징 '3S' 철·빛·바다 의미해


[퐝여행 레시피-포항을 즐기는 10가지 방법] (6) 철(鐵)로 쓴 역사, 포스코 코스
독일 출신의 건축가이자 설치미술가인 하이케 무터, 울리히 겐츠 부부가 설계한 스페이스 워크. 2021년 개장과 동시에 단숨에 포항시의 랜드마크가 되었으며 일명 '인생샷 성지' 또는 '인증샷 핫플'로 자리 잡았다.
스페이스 워크는 포스코가 기획, 제작하고 설치하여 포항시민에게 기부한 작품이다. 기획 단계부터 포항시와 포스코가 함께했으며 설계는 2019년 국제공모를 통해 선정된 독일 출신의 건축가이자 설치미술가인 하이케 무터, 울리히 겐츠 부부가 맡았다. 부부는 설계에 앞서 포항을 3차례나 방문해 부지와 주변 경관, 포항의 문화와 시민들의 특성을 반영한 8개의 디자인을 제안했다고 한다. 지금의 스페이스 워크는 국내 여러 전문가와 포항시, 포스코, 시민위원회 등이 최종적으로 선정한 작품이다. 스페이스 워크라는 이름은 마치 우주를 걷는 느낌을 준다는 의미에서 명명되었다. 작가는 '관람객이 작품 위를 걷고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건축적 조각'이라고 했다. 스페이스 워크는 2021년 개장과 동시에 단숨에 포항시의 랜드마크가 되었으며 일명 '인생샷 성지' 또는 '인증샷 핫플'로 자리 잡았다.

거대한 곡선이 가로 60m, 세로 57m, 높이 25m 규모로 요동친다. 전체 길이는 333m다. 계단 개수는 717개, 지지 기둥은 25개에 이른다. 거대하고 스릴 넘치고 압도적이다. 이것을 조형하는데 포스코 철강재 317t이 쓰였다. 333m라는 길이는 포항의 상징인 3S, 즉 철(Steel), 빛(Science), 바다(sea)를 의미하며 포항시와 포스코 그리고 포항시민의 협력과 상생, 그리고 미래를 상징한다. 바람에 스페이스 워크가 흔들리면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른다. 360도로 도는 버티컬 루프(Vertical loop)의 원 속에 태양을 담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퐝여행 레시피-포항을 즐기는 10가지 방법] (6) 철(鐵)로 쓴 역사, 포스코 코스
포스코 강건재 총 807t을 사용하여 철강회사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한껏 드러낸 수변 공원 'Park1538'. 모든 공간은 푸르른 산책로로 이어지며 계절마다 꽃이 피어나고 수목이 자라나 매번 새로워진다. 'Park'는 열린 공간을 의미한다. '1538'은 철이 녹는 온도다.
◆대형 어워즈 8차례 수상한 'Park1538'

철·자연 테마 수변공원 Park1538
제철소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
철 녹는 온도-포스코인 열정 담아


영일만을 훌쩍 넘어 옛 형산교를 건넌다. 1968년 포항제철의 인프라로 건설된 형산교는 이제 오롯이 사람과 자전거의 길이다. 저기 강과 바다가 하나 되는 물가에 포항제철소의 고로가 단단한 모습으로 서 있다. 저 고로들이 대한민국 제철 산업의 신화를 만들어낸 포스코의 상징이다. 다리를 건너면 포항제철소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Park1538'이 자리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Park1538' 입체 사인과 함께 연못이 펼쳐진다. 기존 습지를 이용해 철과 자연을 테마로 만든 수변공원이다. 그리고 넓은 부지에 포스코의 53년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역사박물관, 철 이야기와 포스코의 비전을 펼쳐놓은 홍보관, 포스코를 빛낸 철강인을 기억하는 명예의 전당이 들어서 있다. 건축에는 포스코 강건재 총 807t을 사용하여 철강회사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한껏 드러냈다. 모든 공간은 푸르른 산책로로 이어지며 계절마다 꽃이 피어나고 수목이 자라나 매번 새로워진다. 'Park'는 열린 공간을 의미한다. '1538'은 철이 녹는 온도다. 철은 녹는 순간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이는 철의 무한한 가능성과 포스코인의 열정을 의미한다. 'Park1538'은 포스코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비전을 시민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조성한 테마파크 형태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Park1538은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디자인 및 콘텐츠 분야 국내외 대형 어워즈를 8차례 수상했다.

◆포스코 53년의 역사 담은 포스코 역사관

포스코 53년 여정 마주하는 역사관
1973년 최초 쇳물의 감동 고스란히
홍보관에선 '철의 문명'존에 압도

연못 너머에서 반짝이는 건물은 포스코 역사관이다. 한국과 세계의 철 문화 발전사부터 시작해 철강 불모지에서 글로벌 산업체로 성장한 포스코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험난했던 과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영상을 보고, 착공 버튼을 누르는 영원한 순간을 함께하며, 포스코의 역사 그 자체였던 사보들 앞에서 뭉클해진다. 아주 오래된 드라마에서나 봤던 사무 공간은 포스코의 초창기 건설사무소였던 '롬멜하우스'다. 재현된 것이지만 80%가 과거에 사용했던 것 그대로다. 당시 사무소는 모래바람 부는 건설 현장에 덩그러니 지어진 목조건물이었다. 낮에는 공사를 지휘하는 사령탑이었고, 밤에는 10명이 채 되지 않는 직원들이 저 책상을 침대 삼아 새우잠을 잤다. 박태준은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직원들에게 자주 말했다고 한다. "제철소가 실패하면 오른쪽으로 돌아 나아가 영일만에 빠져 죽자." 그리고 1973년 6월9일 오전 7시30분, 포항제철소의 제1고로가 이 땅에 최초의 쇳물을 토해냈다. 그렇게 탄생한 포항제철은 세계 철강 역사에서 제철소를 가동한 첫해부터 이익을 낸 유일한 기업이 됐다.

포스코 역사관 야외 전시장에는 오래된 고로 한 기가 서 있다. 높이 25m, 지름 3m, 두께 15㎜, 무게 30t 규모로 광복 이전인 1943년 강원도 삼척에 건립된 고레가와 제철의 8개 고로 중 하나다. 현존하는 용광로 중 가장 오래된 것이고 당시 남한에 건립된 용광로 중 남아 있는 유일한 것이다. 고레가와 제철은 1945년 광복 후 삼화제철소로 사명을 변경해 포항제철이 건립되기 전까지 하루 20t의 선철을 생산하며 국내 유일의 용광로 역할을 담당했다고 한다. 이 고로는 1993년 포스코가 인수해 원형을 복원한 것으로 한국 제철기술 발달사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 국가등록유산이다.

◆쇠·물·불·바람의 이야기, 포스코 홍보관

[퐝여행 레시피-포항을 즐기는 10가지 방법] (6) 철(鐵)로 쓴 역사, 포스코 코스
유려한 곡선이 돋보이는 포스코 홍보관 건물 앞에는 무한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론 아라드의 작품 '인피니턴(Infiniturn)'이다.
역사박물관에서 '차오름길'을 따라 나지막한 언덕을 오르면 유려한 곡선이 돋보이는 홍보관이 나타난다. 건물 앞에 무한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론 아라드(Ron Arad)의 작품 '인피니턴(Infiniturn)'으로 '철과 인간의 상상력이 만나 인류 문명을 무한하게 발전시킨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홍보관의 건립 테마이기도 하다. 로비에 들어서면 눈부신 빛의 공간이 열린다. 유리 벽에 둘러싸인 중정에 현대미술의 거장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의 작품 '논 오브젝트 폴(Non-object, Pole)'이 전시돼 있다. 모래시계 형태의 매끈한 표면이 주변 환경을 입체적으로 반사하면서 무한히 확장되는 공간감을 느끼게 한다.

갑자기 커다란 벽면에 웰컴 메시지가 뜨더니 홍해가 갈라지듯 벽이 열리고 우주와 같은 공간이 나타난다. 그리고 철의 기원부터 인류가 철을 만나며 이룩한 위대한 문명의 이야기가 전신을 에워싼다. 철을 만드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4가지 자연 요소인 쇠와 물과 불과 바람이 우리의 움직임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변화한다. 이곳은 높이 11m에 360도 원통형 공간인 '철의 문명' 존이다. 모두가 압도되어 멍한 채로 '철의 문명' 존을 나오면 고요하고 환한 빛의 공간 속에서 은은한 소리가 들린다. '철의 감성' 존이다. 천장에 열두 달을 상징하는 둥근 오브제가 매달려 있다. 박제성 작가의 키네틱아트 '해와 달의 시간'이다. 우리가 움직일 때마다 오브제는 자연의 소리를 내며 유영하듯 움직인다. 자연과 인간 그리고 철의 교감이다. 이어지는 '철의 현재' 존에서는 365일 24시간 끊임없이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포스코의 제철 공정을 체험하고 '철의 미래' 존에서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인간의 상상력을 현실로 만드는 철의 무한한 가능성을 본다.

[퐝여행 레시피-포항을 즐기는 10가지 방법] (6) 철(鐵)로 쓴 역사, 포스코 코스
포스코 역사관은 한국과 세계의 철 문화 발전사부터 시작해 철강 불모지에서 글로벌 산업체로 성장한 포스코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홍보관을 나와 구름다리에 오른다. 높이 솟구친 소나무들의 목덜미를 스치며 곡선으로 달리는 234m 길이의 하이라인 산책로다. 용광로에 불을 일으키기 위해 공기를 주입하는 바람의 통로를 형상화했다. 다리 끝에는 '명예의 전당'이 자리한다. 포스코 창립 요원과 역대 CEO, 명장(名匠) 등 포스코 인의 업적과 정신을 기억하는 공간이다. 구름다리에서 Park1538과 포항제철소가 내다보인다. 우뚝 선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솟아오른다. 사전 신청하면 미디어 투어버스를 타고 제철소를 견학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이 투어버스를 타고 제철소 안을 견학했지만 모두들 싱글벙글하며 당시의 감격을 이야기할 뿐 사진 한 장 보여주지 않는다. 쉿, 포항 제철소는 국가 기밀이니까.

글=류혜숙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포항시

◆여행 정보

해가 지면 포스코와 스페이스 워크의 조명이 켜지면서 화려한 불빛 축제가 연출된다. 그 빛나는 밤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영일대해수욕장 인근의 숙소를 추천한다. 라한호텔 포항은 전 객실 오션 뷰이며 객실에서 바다와 영일정은 물론 포스코 야경까지 볼 수 있는 탁 트인 전망을 가진 숙소다. 갤럭시호텔은 영일대 해수욕장의 아름다운 일출과 포항의 아름다운 야경 감상이 가능하며 빌딩 내 다양한 부대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영일대 해수욕장 번화가에 위치한 '푸른감(感)'은 신축 독채펜션으로 거실 어디에서도 영일대 바다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영일만의 북단에서 남쪽까지 발렌타인호텔, 호텔야자, 모텔퍼시픽, 센텀호텔, 퀸즈호텔, 호텔뷰, 에이치에비뉴호텔, 영일대인생펜션, 릴리게스트하우스, 풀빌라영일, 리치모텔, 인스타오션모텔, 포항브라운도트테라스호텔 등의 숙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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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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